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양산한 쿼드레벨셀(QLC) 9세대 V낸드 제품./삼성전자 제공

데이터 중심 컴퓨팅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고용량·저전력 저장 장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널리 쓰이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특유의 구조적 한계로 전력 소모가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 연구진이 전력은 거의 쓰지 않으면서 저장 용량은 늘릴 수 있는 강유전체 트랜지스터(FeFET) 기반의 새로운 초저전력 메모리 기술을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27일 게재됐다.

낸드플래시는 여러 메모리 셀이 일렬로 연결된 '스트링(string)'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어떤 셀의 데이터를 읽으려면 그 앞뒤에 있는 다른 셀에도 전압을 걸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패스 전압(pass voltage)'이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메모리 셀 수를 늘릴수록 전력 소모가 커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반면 패스 전압을 줄이려 하면 메모리 셀이 구분할 수 있는 신호 차이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하나의 셀에 여러 값을 넣는 '멀티레벨 저장'이 어려워졌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유전체 물질을 이용한 FeFET 기반 메모리를 개발했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압으로 분극 방향을 제어할 수 있고, 전압을 제거해도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물질로, 이 특성을 이용해 메모리로 사용한다. 연구진은 지르코늄으로 도핑한 하프니아 강유전체와 산화물 반도체 채널을 조합해 새로운 FeFET를 개발했다.

새로운 FeFET를 적용한 메모리는 패스 전압을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춘 상태에서도 최대 셀당 5비트(bit)까지 안정적으로 저장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낸드 기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다.

특히 기존 낸드 대비 스트링 구조에서 최대 96%의 전력 절감 가능성을 보였다. 전기는 거의 쓰지 않으면서도 훨씬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AI 서버나 모바일 기기, 엣지 컴퓨팅 등 에너지 효율이 중요한 응용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개발한 FeFET를 기존 낸드처럼 수직으로 쌓는 3차원(D) 구조로 만들어도 성능이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25㎚(나노미터·10억분의 1m) 수준의 짧은 채널 길이를 가진 아주 작은 셀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해, 대량 집적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연구는 낸드플래시가 갖고 있던 '전력을 낮추면 용량이 줄고, 용량을 늘리면 전력이 높아진다'는 근본적 한계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논문에 "이번에 개발한 FeFET 기반 구조는 용량, 전력 효율, 신뢰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라며 "낸드 기반 아키텍처가 신경 모사 컴퓨팅, 인메모리 컴퓨팅을 위한 유망한 플랫폼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증가하는 에너지 소비를 완화하는 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7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