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스1

정부가 과학기술 경쟁력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과학기술 인공지능(AI) 전략, 연구·개발(R&D) 생태계 혁신 방안, 과학기술 인재 확보 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 AI 시대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훼손된 연구 환경을 복원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자가 도전적·창의적 연구에 몰입하고 국가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제도 전반을 재설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1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과학기술 AI, R&D 생태계 혁신,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위한 세부 전략이 공개됐다.

◇ 바이오·반도체 등 6대 분야 AI 모델 개발

정부는 바이오, 지구과학, 수학, 소재·화학,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적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과학기술 AI 파운데이션 모델과 연구 동료 AI를 개발·확산한다.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AI 에이전트·플랫폼 개발, 로보틱스 기반 자율 실험실 구축을 통해 연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과학고·영재학교·과기원 등에는 AI 교육을 내재화해 최고급 과학기술 AI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 기초연구AI센터 구축과 AX 박사후 연구원 육성 등을 통해 연구자 주도의 AI 전환을 촉진한다.

또 GPU(그래픽처리장치) 8000장 이상 확보, 국가 연구 데이터 통합·개방, 저작권 이슈 해결, 국가과학AI연구소 설립, ASK 2026 경진 대회 개최 등 핵심 인프라와 생태계 조성도 함께 추진된다. 연구 결과가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되도록 초기 수요 발굴·매칭, AI 기술 기반 창업 활성화, 스케일업 전주기 투자 지원도 병행한다.

◇ 전주기 이공계 인재 성장 사다리 구축

정부는 학생부터 국가과학자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이공계 인재 성장 사다리를 마련해 우수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한다. 과학 영재가 대통령·우수 장학생, 세종과학펠로우십을 받는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젊은 국가과학자, 리더 국가과학자로 이어지는 경로를 제도화한 것이다.

먼저 과학자에게 영예성과 안정적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국가과학자 제도가 신설된다. 세계적 연구 성과를 보유한 연구자를 매년 약 20명 선정하며, 선정 시 연 1억원 지원금 지급, 대통령과의 대화, 국가 주요 행사 초청, 공항 출입국 패스트트랙·KTX 운임 지원 등 최고 수준의 국가적 예우를 제공한다. 이들은 국가 R&D 및 정책 설계에도 참여하게 된다.

박사학위 취득 7년 이내의 젊은 연구자는 '젊은 국가과학자'로 선발돼 대통령 펠로우십, 지원금, 맞춤형 성장 프로그램 등을 지원받는다.

이공계 학생·청년 연구자의 안정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도 강화된다. 대학생 국가장학금 수혜율을 60%까지 확대하고, 늦은 사회 진출로 자산 형성이 어려운 이공계 석박사 청년을 위해 '청년과기인 도약적금(가칭)'을 신설한다.

육아기 연구자 근로시간 단축제·재량근로제도 전면 적용, 연구 지원 인력 경력 복귀 사업 신설(2027년), 학생 연구원 출산·육아 지원 법적 근거 마련(2026년) 등 연구자의 생애 주기별 지원도 확대된다. 박사후연구원의 법적 지위 명문화와 채용·경력 관리 표준 지침 마련도 추진된다.

출연연의 상위 1% 최우수 연구자에게는 파격적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대학·출연연·기업 간 겸직 활성화를 통해 인재 활용도를 높인다. 정년 이후에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석학 지원 사업'이 신설돼 내년 20명에게 최대 5년간 연 2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 국가 R&D 평가 등급제 전면 폐지

정부는 훼손된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고 연구자의 도전·몰입이 국가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R&D 생태계 혁신 방안도 제시했다. 먼저 국가 R&D 과제의 평가 등급제를 전면 폐지하고, 수행 성실도 중심으로 '완료·미완료'만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탁월한 연구 성과나 의미 있는 연구 과정은 별도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기초 연구 등 소규모 과제는 단계 평가를 면제하고, 대형 과제는 합숙 평가 등 심층 평가를 도입한다. 연구비 집행은 사용 불가 항목만 규정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연구 유연성을 대폭 높인다.

또 높은 불확실성을 가진 R&D 프로젝트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회계연도 일치제를 폐지하고, 모든 R&D 사업에 유연한 예산 운영 체계를 도입한다. 대형 연구개발 사업의 사전 심사도 '예타' 중심에서 벗어나 기획·보완 중심의 맞춤형 사전 점검 체계로 전환해 사업 추진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계획이다. 출연연은 연구 과제 중심 운영 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표성 중심의 기관 평가로 전환한다.

배경훈 부총리는 "대한민국이 과학기술과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느 한 부처만의 노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결집된 역량'"이라며 "이번 회의를 시작으로 미래 기술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흔들림 없이 도약할 수 있도록 부총리로서 조정·통합의 중심에서 확실히 이끌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