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 밖에 덩어리를 이루고 있고,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세포 안에 비정상적으로 뭉쳐 있다./미 국립보건원(NIH)

카이스트와 한국뇌연구원(KBRI) 공동 연구진이 청색·녹색·적색 등 다양한 색의 빛을 균일하게 낼 수 있는 3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광자극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 동물 모델에 여러 색의 빛을 쬐어본 결과, 적색 40㎐ 빛이 알츠하이머 병리와 기억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진은 OLED 장치를 이용해 백색·적색·녹색·청색 빛을 동일한 조건(40㎐, 같은 밝기·노출 시간)에서 비교한 결과, 초기 알츠하이머 모델(3개월령)에서는 단 2일간의 빛 자극만으로 병리와 기억 기능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백색·적색 빛을 비춘 경우에는 장기 기억이 회복됐고, 뇌 속에 쌓이는 알츠하이머의 대표적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가 감소했다. 플라크 제거에 도움을 주는 효소 ADAM17는 더 많이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아주 짧은 시간의 빛 자극만으로도 뇌 속 나쁜 단백질이 줄고 기억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병이 좀 더 진행된 중기 알츠하이머 모델(6개월령)에서는 차이가 더 뚜렷했다. 2주간 자극을 준 결과, 적색 빛에서만 아밀로이드 플라크 감소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백색·적색 모두 기억력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병리 개선은 적색이 유일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약물 없이 빛만으로 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개발한 OLED 기술 덕분에 빛의 색, 밝기, 깜빡이는 속도(주파수), 노출 시간 등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런 특성은 개인에게 맞춘 광자극 치료를 설계하는 데 유용하다.

최경철 카이스트 교수는 "앞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OLED 기반 전자약이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생체의학·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 생체재료과학 및 공학(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 온라인판에 10월 25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참고 자료

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2025), DOI: https://doi.org/10.1021/acsbiomaterials.5c0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