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뇌공학 기업 파라드로믹스(Paradromics)가 개발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의 첫 장기 임상시험 허가를 받았다. 신경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말을 잃은 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상이다.
2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파라드로믹스는 신경 질환이나 사고로 인해 말을 잃은 환자 2명에게 BCI를 이식하는 임상 1단계를 내년 초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목표는 기기의 안전성 검증과 실시간 음성 기반 의사소통 복원이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컴퓨터로 읽어 문자나 음성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패러드로믹스의 장치는 지름 약 7.5㎜ 크기의 원형 칩에 촘촘한 금속 전극이 박힌 형태로, 뇌 표면을 약 1.5㎜ 깊이로 관통해 개별 신경세포의 활동을 읽어낸다. 전극에서 수집된 정보는 가슴에 이식된 전원·무선통신장치로 전달된다.
초기 임상에서는 전극을 성대 움직임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운동 피질과 입, 혀에 심는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제시된 문장을 속으로 말한다고 상상하고, 이때 BCI는 뇌 신호 패턴을 학습한다. 이후 환자가 말을 상상하면, 시스템을 해당 신호를 화면의 문자로 변환하거나 참가자의 과거 목소리를 활용해 실시간 합성 음성으로 들려주는 방식으로 출력한다.
이번 임상 시험은 BCI 기술로 합성 음성을 만드는 첫 공식 임상 사례다. 맷 앵글(Matt Angle) 파라드로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현재 BCI가 환자의 삶의 질을 가장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은 바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음성 복원과 함께, 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통해 컴퓨터 커서를 제어할 수 있는지도 테스트한다. 초기 결과가 좋으면 참가자를 10명까지 늘리고, 양쪽 뇌 영역에 임플란트 두 개를 더 넣어 더 많은 신호를 확보할 계획이다.
파라드로믹스는 양을 대상으로 한 3년간의 장기 실험에서 뇌 정보 전달 속도가 다른 기기보다 약 20배 빠르고, 장치의 신호 품질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성능이 인간에게도 재현된다면, 임상용 BCI가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BCI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미국의 싱크론이다. 싱크론은 혈관 안에 스텐트 형태의 전극을 삽입하는 기술을 내세우며 덜 침습적인 접근법을 추구한다. 혈관 내부에서 신경세포 집단의 활동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초기 임상에서는 참가자가 발을 움직이는 상상만으로 화면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지 시험한 바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가능한 많은 단일 신경세포의 신호를 직접 읽어내 고해상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전극 실 64개를 뇌에 삽입하고, 손 움직임을 상상하면 컴퓨터나 로봇 장치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한다.
BCI 임상의 선구자이자 2004년 첫 인간 대상 실험을 이끈 리 호크버그(Leigh Hochberg)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교수는 "다양한 BCI 기술이 개발돼 환자에게 여러 선택지가 제공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384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