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서 발견된 4만년 전 매머드 유카. 스웨덴 연구진이 여기서 RNA를 추출해 유전정보까지 해독했다./Pichi Chuang/Reuters

과학자들이 멸종한 털매머드(학명 Mammuthus primigenius)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보핵산(RNA)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RNA는 디옥시리보핵산(DNA)에 담긴 정보를 복사한 유전물질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쓰인다. 매머드의 유전자에서 실제로 단백질을 합성한 것이 무엇인지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멸종 동물에 남은 바이러스 감염 흔적도 같은 방법으로 찾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유전학연구센터의 러브 달렌(Love Dalén) 교수 연구진은 "빙하기 털매머드인 유카(Yuka)로부터 4만 년 된 RNA 분자를 성공적으로 분리하고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데 최초로 성공했다"고 지난 1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DNA와 단백질뿐만 아니라 RNA 역시 매우 오랜 기간 보존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수명 수 시간인 RNA, 4만년 만에 확인

유카는 2010년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에서 생전 모습 그대로 얼어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 표본은 지금까지 발견된 털매머드 중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것으로 평가된다. 유카는 약 4만 년 전 동굴사자의 공격을 받고 죽은 6~8세 무렵 어린 암컷으로 여겨졌다.

달렌 교수 연구진은 유카의 다리에서 R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기록을 거의 세 배 가까이 뛰어넘는 성과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RNA는 1만4000년 전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보존된 늑대에서 추출된 것이었다.

논문 제1 저자인 에밀리오 마르몰-산체스(Emilio Mármol-Sánchez) 박사는 "RNA를 통해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됐는지 직접적인 증거를 얻을 수 있어, 마지막 빙하기에 지구를 걸었던 매머드의 생애 마지막 순간을 엿볼 수 있다"며 "이는 DNA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말했다.

생명체는 세포핵에 있는 DNA의 유전정보 일부를 RNA로 복사해 원하는 모든 생명 현상을 관장하는 단백질을 만든다. 말하자면 DNA가 건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RNA는 그때그때 계단이나 벽을 만드는 세부 설계도에 해당한다. RNA를 알면 생명체가 유전자 중 어떤 것을 발현했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영구동토층에 생전 모습대로 얼어 있는 매머드에서 DNA와 단백질을 추출했지만, RNA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DNA는 100만년 이상 된 화석에서도 추출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구조이지만, RNA는 그렇지 못해 금방 분해되기 때문이다. 앞서 2023년 달렌 교수는 멸종한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Thylacinus cynocephalus)의 표본에서 RNA를 추출해 수백만 염기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시 표본은 132년 전 것이었다.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4만 년 전 매머드의 다리. 스웨덴 연구진이 여기서 RNA를 추출해 유전정보까지 해독했다./스웨덴 스톡홀름대

◇마이크로RNA의 유전자 조절도 확인

연구진은 RNA의 유전정보도 해독했다. DNA와 RNA는 당과 인산이라는 뼈대에 4종류의 염기가 연결된 형태이다. 이 순서대로 단백질을 합성해 생명 현상을 관장한다. 유전자를 해독하는 것은 이런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연구진은 다리의 동결된 근육 잔해에서 특이한 유전자 발현 패턴을 확인했다. 매머드 유전체에서 실제로 단백질을 합성하는 2만개 이상의 유전자가 모두 발현되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검출된 RNA 분자들은 스트레스 상태에서 근육 수축과 대사 조절에 핵심 기능을 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세포 스트레스의 흔적을 발견했는데, 이는 유카가 죽기 직전 동굴사자 공격을 받았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매머드 근육 시료에서 유전자 활성을 조절하는 수많은 RNA 분자를 발견했다. RNA 중 가닥이 짧은 마이크로RNA는 단백질을 합성하지 않고 다른 RNA에 달라붙어 단백질 합성을 차단한다. 일종의 유전자 조절 장치인 셈이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인 마르크 프리들란더(Marc Friedländer) 스톡홀름대 분자생물학과 교수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RNA인 마이크로RNA가 우리가 얻은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였다"며 "매머드 조직에서 발견한 근육 특이적 마이크로RNA는 고대 시점에 실시간으로 진행된 유전자 조절의 직접적 증거"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연구로 유카의 성(性) 정체성도 바로잡혔다. DNA와 RNA 분석을 결합한 결과, 연구진은 유카가 실제로 수컷이었음을 확신했다고 밝혔다. 달렌 교수는 "유카는 4만 년 된 화석 치고는 잘 보존되었지만 완전하지는 않아, 형태만 보고 개체의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매머드 이빨./피터 모텐슨(Peter Mortensen)

◇고대 바이러스 연구에도 도움 기대

털매머드는 한때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의 빙하 평원을 누비며 마지막 빙하기(약 11만5000년 전부터 1만1500년 전)의 삶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두꺼운 털과 휘어진 엄니, 우뚝 솟은 몸집을 가진 이들은 북반구를 가로지르는 광활한 대초원에서 풀을 뜯었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는 기후변화로 점차 사라졌고, 마지막 작은 무리는 4000년 전까지 외딴 북극 섬에서 생존했다.

멸종 동물의 유전물질을 찾으면 오늘날 감염병 극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 동물에 감염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찾아 그 진화 과정을 역추적해 앞으로 어떤 변이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달렌 교수는 지난 9월 셀지에 110만년 전 매머드의 이빨과 뼈 화석에서 박테리아의 DNA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매머드와 꾸준히 공존했던 세균 집단은 6개였는데, 오늘날 가축이나 코끼리에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파스퇴렐라, 스트렙토코쿠스 등도 포함됐다.

이번 연구는 고대 병원체 분석 대상을 RNA 바이러스까지 확대했다. 달렌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는 RNA 분자가 기존 생각보다 훨씬 오래 생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멸종 동물에서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는지 연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빙하기 유해에 보존된 인플루엔자나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RNA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도 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바이러스의 RNA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달렌 교수는 "앞으로 빙하기 RNA 바이러스에 관한 여러 연구가 나올 것"이라며 "예를 들어 조류 인플루엔자 연구에 매우 흥미로운 구석기 시대 조류 사체가 몇 점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5.10.025

Cell(2025), DOI: https://doi.org/10.1016/j.cell.2025.08.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