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7일 네 번째 비행에서 위성 군단을 싣고 우주로 향한다. 차세대 중형 위성 3호와 큐브 위성 12기가 한 번에 쏘아 올려지며, 우주 과학 연구부터 우주 의약, 통신, 우주 교통 관리, 환경 감시까지 국내 우주 기술이 한 번에 시험대에 오른다.
현성윤 우주항공청 한국형발사체프로그램장은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현재 모든 위성은 누리호 탑재를 완료했고, 발사체는 최종 조립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종찬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과 각 탑재체 개발진도 참석해 발사 및 위성 준비 현황을 공유했다.
박종찬 단장은 "차세대 중형 위성은 지난 10월 14일, 부탑재 위성은 10월 20, 29, 31일 3차에 걸쳐서 정상적으로 입고됐다"며 "큐브 위성 12기는 지난 11월 3~4일 사출관에 조립됐다"고 설명했다. 발사체 누리호는 17일 1·2단과 3단부를 조립하고, 이후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
이번 4차 발사는 27일 새벽 1시쯤 진행된다. 발사 후 807초,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가장 먼저 분리된다. 이어 이륙 827초부터 약 20초 간격으로 큐브위성이 2기씩, 총 12기가 차례로 사출된다.
주탑재위성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우주 과학 실험실'을 통째로 싣고 우주로 향한다. 바이오캐비닛, ROKIS, IAMMAP의 세 가지 탑재체가 실린다. 바이오캐비닛은 우주 환경에서 3차원(D) 바이오프린팅과 줄기세포의 3차원 배양이 실제로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장비다. ROKIS는 오로라와 대기광을 관측하는 우주용 광시야 카메라, IAMMAP는 전리층 플라즈마와 자기장을 측정해 저고도 우주 환경 변화를 정밀 관측하는 장비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약 520㎏급 위성으로, 고도 600㎞ 태양동기궤도에서 1년 이상 임무를 수행한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매일 거의 같은 시각에 같은 지역 상공을 지나도록 설계된 궤도로, 일정한 햇빛 조건에서 지구와 우주 환경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궤도는 장기적인 기후 관측이나 자기장 변화 측정, 오로라 연구 등에 쓴다.
누리호 4차 발사 시각이 새벽 1시쯤으로 정해진 것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ROKITS, IAMMAP 장비 운용 조건과 궤도 특성이 맞물린 결과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오로라, 대기광 관측은 태양빛의 영향이 적은 자정 무렵이 가장 적합하다"며 "위성이 진입해야 할 태양동기궤도와 발사장의 위치가 맞아떨어지는 시간이 새벽 1시 전후여서 발사 시각을 그에 맞췄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에서 함께 우주로 향하는 큐브 위성 12기는 임무 성격에 따라 다섯 갈래로 나뉜다. 먼저 눈길을 끄는 분야는 '우주의약'이다. 스페이스린텍의 비천(BEE-1000)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면역 항암제의 단백질 결정화를 시도하는 위성으로, 우주를 새로운 바이오 실험실로 활용할 가능성을 검증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또 다른 축은 우리나라 우주 산업의 기반 기술을 다지는 부품·전력·인프라 검증 분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국산소자부품 우주검증 플랫폼 1호는 국산 전자 소자들을 실제 우주 환경에 노출해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위성이다. 인하대의 인하 로샛은 말아서 펼치는 롤러블 태양전지를 시험해 초소형 위성의 전력 한계를 넘어서려는 도전의 일환이다.
우주 교통 관리와 차세대 추진 기술을 향한 시도도 이어진다. 우주로테크의 코스믹은 임무 종료 후 자체적으로 궤도를 이탈하는 '임무 후 폐기' 기술을 검증해 우주 쓰레기 저감 해법을 실험한다. 카이스트의 케이-히어로는 초소형 위성에 국산 소형 전기 추진기를 실은 이례적 시도로, 군집 위성 시대에 필요한 민첩한 기동 능력을 확보하는 데 의미가 크다.
여기에 미래 통신·항법 분야를 겨냥한 위성들도 있다. 서울대의 쌍둥이 위성 스누글라이트-III는 궤도에서 서로 편대비행하고 상대 위치를 추적하는 고난도 실험을 수행하며, 이는 향후 다수의 초소형 위성이 협력하는 군집 위성 운용의 핵심 기술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에트리샛은 통신 음영 지역을 연결하는 저궤도 사물 인터넷(IoT) 서비스 기술을 시험하며 우주 기반 차세대 통신망 구축을 노린다.
환경·지구 관측 분야의 위성들은 더 직접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세종대의 스파이론은 적외선 센서로 해양 플라스틱을 관측하고, 쿼터니언의 퍼셋01은 제주 해역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과 함께 국산 큐브위성 기술을 시험한다. 코스모웍스의 잭-003과 잭-004, 한컴인스페이스의 세종4호는 고해상도 광학·다분광 카메라로 지구 관측에 나선다.
현성윤 프로그램장은 "이번 발사는 정부 주도에서 민간 중심으로 우주 발사 서비스가 전환되는 첫걸음"이라며 "우주항공청과 모든 관련 기관은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