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로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후테크 기술 개발이 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 국내 기후테크 산업은 일부 기술에 연구개발(R&D)이 쏠린 불균형 구조를 보이고 있어, 향후 탄소 중립 실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13일 '국내 기후테크 기업의 R&D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후테크를 연구하는 기업 연구소 보유 기업 1620개사를 대상으로 주요 R&D 지표를 분석한 결과다.
기후테크는 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여 탄소 중립을 돕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테크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기업은 2020년 대비 2023년에 10.7%p 늘어나는 등 산업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연구개발비는 13.4조원에 달하며, 매출 대비 R&D 비율도 3.9%로 전 산업 평균(3.5%)보다 높다. 기업당 평균 연구개발비와 연구 인력 규모 역시 83억원, 23명으로 전 산업 평균(16.5억원, 7.6명)을 크게 웃돌았고, 석·박사급 연구 인력 비율 역시 51.2%로 전 산업(33.3%) 대비 높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성장과 달리 R&D가 전기차와 이차전지 분야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전기차 분야와 기후테크 ICT 분야의 연구개발비 격차는 무려 1818배였고, 연구 인력 규모도 372배 차이를 보였다. 전기차와 이차전지 분야는 전체 연구개발비의 89%, 연구 인력의 84%를 차지했다.
기초 연구 투자 부족도 눈에 띈다. 기초 연구는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장기적 기술 경쟁력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국내 기후테크 기업의 기초 연구 투자 비율은 7%에 그쳐 전 산업 평균(10.8%)보다 낮았다. 최근 4년간 정부가 기후테크 분야에 배정한 재원 비율도 1.6%에서 1.8%로 다소 늘었지만 여전히 전 산업 평균(5.7%)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산기협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국내 기후테크 산업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기술 편중과 기초 연구 부족이라는 구조적 약점으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현재의 편중된 R&D 구조로는 NDC 달성은 물론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원천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초 연구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다양한 기후테크 분야의 혁신 생태계가 자리 잡도록 전략적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