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떨어진 곳에 있는 시신에 대해 원격으로 뇌졸중 수술을 시연한 사례가 나왔다. 로봇을 활용해 멀리 떨어진 인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던디대학교 연구팀과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의 침례 신경의학연구소 연구팀이 각각 시행한 원격 수술이다.
10일 BBC는 지난달 스코틀랜드나인웰스 병원에서 던디대 연구팀이 원격으로 던디대 캠퍼스에 있는 기증 시신에 대한 혈전 절제술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뇌졸중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혈전을 원격조종 로봇으로 없앴다는 것이다.
그 후 몇 시간 뒤, 이번에는 미국에서 비슷한 시연이 진행됐다. 미국 플로리다 잭슨빌에 있는 침례 신경의학연구소에서 로봇을 원격으로 조종해 던디대의 시신에 혈전 제거술을 시행한 것이다. 대서양을 건너 6400㎞ 떨어진 곳의 시신을 원격 수술했다는 것이다. 양쪽 수술에는 리투아니아 기업이 만든 로봇 장비가 사용됐다. BBC는 "원격 뇌졸중 수술로는 처음"이라고 했다.
혈관이 혈전으로 막혀 산소와 혈액이 뇌에 공급되지 않으면서 세포가 죽어가는 병을 '허혈성 뇌졸중'이라고 한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혈전을 없애는 수술을 바로 하는 것. 문제는 전문 의료진이 부족한 곳에 환자가 거주할 경우, 빠른 대처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 미국과 스코틀랜드에서 같은 시신을 대상으로 원격 수술을 시도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원격 치료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전문 의료진이 부족할 때도 즉각적인 수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환자와 환자 가족도 반색했다. 영국 뇌졸중 협회 대표는 이번 원격 수술을 두고 "놀라운 혁신적 성과"라며 "시골이나 외딴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혈전 제거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원격 로봇 기술이 치료 접근성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열쇠가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