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는 120여 년 전 탐험가가 탄자니아에서 채집한 두꺼비 표본이 있다. 멸종하지 않은 '비비파루스 나무두꺼비'<사진>다.

/Dr.Michele Menegon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 독일 포츠담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이 표본 일부 조직에서 DNA를 추출해 분석했다. 이를 탄자니아 산맥에 서식 중인 나무두꺼비들과 비교 분석한 결과, 서로 같은 종인 줄 알았던 나무두꺼비들이 다른 종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새롭게 발견한 세 종의 나무두꺼비에 '우헤헤 나무두꺼비', '루호메로 나무두꺼비', '살리엔시스 나무두꺼비'라는 학명을 각각 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척추동물학'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겉모습이 비슷해 한 종으로 분류돼 왔는데 DNA와 울음소리, 머리와 팔다리 비율이 모두 달랐다"며 "100년 넘게 같은 종으로 여겨진 오해를 바로잡은 셈"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오래된 박물관 표본에서 DNA를 추출해 유전자 지도를 다시 그린 '뮤지오믹스(museomics)'의 대표적 예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주목받은 나무두꺼비는 알을 낳지 않고, 몸속에서 알을 부화시킨 뒤 완전한 새끼를 낳는 '난태생'이다. 올챙이 시절이 없는 것이다. 세계 8000여 종의 개구리·두꺼비 중 이런 생식 방식을 가진 종은 10여 종에 불과하다. 학계에서는 이렇게 특이한 번식 방식이 건기와 우기가 극단적으로 교차하는 산악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은 우헤헤, 루호메로, 살리엔시스 나무두꺼비가 사는 지역의 면적, 생존 범위가 매우 좁아 서식지 파괴나 기후변화에 멸종 위험이 높다고 우려한다.

이 두꺼비들은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이 통하지 않는 희귀한 종이다. 올챙이 시절 없이 새끼로 태어나는 이들은 어쩌면 인간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들이야말로 초심을 잃지 말고 겸손하게 자연을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