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축구 팬이 보이는 뇌의 반응이 정치적 극단주의자나 종교적 광신도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칠레 산티아고 알레마나 클리닉과 산세바스티안대 공동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방사선학'에 11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팀은 20~45세 남성 축구 팬 60명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촬영해 경기 장면을 볼 때의 뇌 반응을 분석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 라이벌 팀, 중립 팀이 등장하는 경기에서 총 63개의 골 장면을 시청했다. 각 장면은 팀이 득점(승리)하거나 실점(패배)하는 순간으로 구성됐다.
분석 결과,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라이벌을 상대로 골을 넣을 때는 쾌감과 관련된 보상 회로가 강하게 반응했다. 반대로 라이벌에 실점했을 때는 자제력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라이벌전의 승패는 불과 몇 초 만에 뇌의 감정 균형을 뒤흔든다"며 "이길 때는 쾌감을 느끼는 회로가 활발해지고, 질 때는 행동을 자제하는 회로가 약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했다. 또 팀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몰입도가 높을수록 패배 장면에서 '자제력 회로'의 활동이 더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연구팀은 이를 공격적 행동의 직접 원인으로 보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확인한 축구 팬들의 보상과 통제 불균형은 정치적 극단주의자나 종교적 광신도의 뇌 반응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될 수 있다"며 "연구 결과가 군중 행동 관리나 폭력 예방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