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고래(Bowhead whale·사진)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로 꼽힌다. 무려 200년을 넘게 산다. 과학자들이 최근 이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을 찾아냈다.
북극고래 몸엔 외부 환경이 추울수록 만들어지는 RNA 결합 단백질인 '냉각 유도 단백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유달리 많은데, 이 냉각 유도 단백질이 손상된 몸속 DNA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소개됐다.
북극고래는 평균 몸무게가 80t 정도다. 몸길이는 14~18m에 이른다. 몸집이 큰 코끼리는 보통 6t 정도 나간다. 북극고래 한 마리 무게가 코끼리 13마리에 맞먹는 셈이다. 북극의 차디찬 바닷물에서 사는 만큼 체온을 유지해 주는 몸속 지방층도 두껍다. 지방층 두께만 50~60㎝에 달한다.
북극고래는 보통 200년 가까이 산다. 워낙 몸집이 크고 세포 수가 많으니, 다른 동물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 북극고래는 암으로 고통받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연구팀은 북극고래의 장수 비결을 알기 위해 고래 조직 샘플을 얻어 이를 배양하고 분석한 뒤, 사람 체세포와 비교했다.
이후엔 실험실에서 북극고래 세포와 사람 체세포에 암을 유도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단계적으로 주입해 봤다. 실험 결과, 북극고래 세포는 사람보다 적은 유전자 변이로도 암세포로 전환됐다. 선천적으로 암에 안 걸리는 동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대신 북극고래에게는 놀라운 DNA 복구 능력이 있었다. 냉각 유도 단백질이 다른 포유류보다 유달리 많이 발현되다 보니, DNA가 망가져도 금세 복구됐다. 이 냉각 유도 단백질은 북극고래뿐 아니라 대부분 포유류에게도 있지만, 북극고래 몸속에서 냉각 유도 단백질은 훨씬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이를 통해 DNA가 복구돼 암으로 진행될 확률이 낮은 것이다.
연구팀은 사람 세포에서도 냉각 유도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도록 해봤다. 그랬더니 파손된 DNA가 복구되는 속도가 평소보다 빨라졌다. 연구팀은 "인간에게 바로 적용하기엔 이르지만 DNA 복구 효율을 높이는 치료제 개발의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