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새벽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네 번째 비행에 나선다. 누리호의 발사는 지난 3차 발사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번 발사는 위성 구성부터 발사 운영 주체까지 여러 요소가 달라졌고, 특히 제작·조립을 민간 기업이 처음으로 총괄하는 발사라는 점에서 한국 발사체 개발이 '산업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지난 1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 4차 발사에 앞서 발사 목적과 기술적 특징, 민간 참여 방식 등을 설명하는 미디어 아카데미를 열었다. 발표를 맡은 한영민 항우연 우주발사체연구소장은 4차 발사가 갖는 기술적 의미와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 발사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제작 책임의 이관이다. 그동안 누리호는 항우연이 설계부터 제작, 조립까지 대부분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4차 발사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과 조립을 전면적으로 맡았다. 항우연이 총괄하는 발사 운용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참여하면서 정부 주도 체계였던 발사체 개발이 민간 중심 모델로 전환하는 사례가 됐다.
한영민 소장은 "4차 발사의 목표는 누리호를 활용해 국내 위성들을 안정적으로 발사하는 것"이라며 "신뢰성과 기술 이전을 기반으로 국내 발사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사에서는 시간대도 크게 달라졌다. 4차 발사 시각이 새벽으로 정해진 이유는 탑재 위성의 임무 때문이다. 누리호가 실어 올리는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는 오로라의 자기장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위성이 특정 시점에 정확한 궤도에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발사 시간이 새벽으로 결정됐다. 여기에 국제우주정거장(ISS)이 같은 시간대에 한반도 상공을 근접 통과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발사 시간은 충돌 위험이 낮은 0시 54분에 가깝게 조정될 전망이다. 최종 발사 시간은 발사관리위원회가 확정한다.
발사 시각이 정해져도, 실제 발사 가능 여부는 당일의 기상과 우주 환경에 달려 있다. 지상 기온은 영하 10도에서 영상 35도 사이여야 하고, 지상 평균 풍속이 15m/s 이상이거나 순간 최대 풍속이 21m/s를 넘으면 발사를 미뤄야 한다. 고층풍, 낙뢰 가능성, 태양 흑점 및 태양입자 활동도 모두 고려 대상이다.
발사 조건을 충족해 누리호가 이륙하면 초 단위로 정해진 비행 절차가 이어진다. 발사 125초 후 1단이 분리되고, 이어 페어링(위성 덮개)과 2단이 분리된다. 발사 807초 후에는 차세대 중형위성 3호가 먼저 분리되고, 큐브위성 12기가 두 개씩 순차적으로 사출된다. 이때 큐브위성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사출 각도와 시간 간격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전체 비행은 발사 약 21분 후 종료되며, 발사체 잔해는 제주도와 오키나와, 필리핀 사이의 무인 해역에 떨어질 예정이다.
4차 발사는 3차 발사와 비교해 탑재체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3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큐브위성 7기가 실렸지만, 이번에는 중형급 위성과 큐브위성 12기가 실린다. 위성부 중량을 보면 약 500㎏에서 약 960㎏로 두 배로 늘었다. 이 때문에 발사체 상단에서 위성을 연결하는 어댑터 구조가 새로 설계됐다. 또 3차 발사 때 일부 큐브위성 사출 장면이 영상에서 확인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만큼, 상단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기존 1대에서 3대로 늘려 사출 여부를 확실히 확인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한 소장은 "2년 반 만의 발사에다 단장과 인력 구성도 바뀌었고, 민간이 제작·조립·운영까지 참여하는 첫 사례라 기술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긴장감이 크다"며 "발사 순간에는 '내가 맡은 부분에서만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중요한 이정표이기도 하다. 항우연은 내년 여름 예정된 5차 발사, 2027년 6차 발사까지 이어지는 반복 비행을 통해 민간 기업이 설계와 제작, 조립, 운영 전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을 단계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 소장은 "7차 발사부터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주관하는 발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