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음성 유방암은 TNBC·에스트로겐와 프로게스테론, HER2 단백질이 모두 없는 유형으로,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이기로 악명이 높다. 처음엔 항암제가 잘 듣지만, 일부 암세포가 살아남아 숨어 있다가 다시 자라나 20~30% 환자에서 재발한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이처럼 항암 치료를 견디는 '존속성 세포(persister cell)'가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다시 종양을 키우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한 번 잠복한 세포를 찾아내 제거하는 방법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악성 유방암을 치료할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퀴리연구소(Institut Curie)·소르본대 공동 연구진은 삼증음성 유방암 환자의 존속성 세포가 환자마다 받은 치료가 달라도 비슷한 유전자 작동 패턴(공통 전사 프로그램)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에 발표했다.
특히 존속성 세포는 유전자 돌연변이 없이도, 스스로 유전자 발현 방식을 바꿔 치료를 버틴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DNA가 고장 나서가 아니라, 암세포가 일 처리 방식을 순간적으로 전환해 위기를 넘기는 '비유전적 적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퀴리연구소에서 확보한 8명의 종양 조직을 쥐에 이식해 얻은 존속성 세포가 사용됐다. 연구진은 치료 전·후 암세포 변화를 추적해 존속성 세포가 어떻게 생겨나고 유지되며, 다시 초기 상태로 돌아가 재발을 준비하는지 살폈다.
그 결과, 존속성 세포는 치료 동안 유전자 발현을 유연하게 조절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버티다가, 위험이 지나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와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곰 같은 동물이 기온이 떨어지면 겨울잠을 자면서 대사 활동을 줄였다가, 봄이 되면 다시 활동하는 것과 같다.
존속성 세포들은 여러 치료 조건과 관계없이 각질형성세포에서 나타나는 기저 케라틴 단백질이 증가하고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 경로가 활성화되는 특징을 보였다. 이러한 특징은 삼중음성 유방암뿐 아니라 HER2 양성 유방암, 폐암의 치료 과정에서도 관찰됐다. 특정 암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암이 공유하는 생존 전략이라는 뜻이다.
연구진은 존속성 세포의 상태를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 중심에 AP-1, NF-κB, IRF/STAT 같은 전사인자(유전자를 켜고 끄는 조절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스트레스·염증 신호를 매개로 존속성 세포 상태를 유지하고, 결국 재발을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 활동을 조정하는 '지휘자' 역할을 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재발 위험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개발, 존속성 세포 단계 진입을 차단하는 항암제 병용 전략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암 치료의 목표가 암세포를 가능한 한 많이 없애는 데 있다면, 앞으로는 암세포가 존속성 세포 상태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새로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참고 자료
Cancer Research(2025), DOI: https://doi.org/10.1158/0008-5472.CAN-25-0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