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6일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이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한 이후 우주비행사들이 찍은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국내 연구진이 우주 탐사의 큰 걸림돌인 '우주 방사선'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새 소재를 개발했다. 기존 소재보다 차폐 효율이 높아, 달 탐사 시 우주인이 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

장세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은 최시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진과 함께 질화붕소 나노튜브(BNNT)를 빽빽하게 배열해 튼튼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며 우주 방사선을 효율적으로 막는 보호막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우주 방사선은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입자로, 인체 세포와 DNA를 손상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우주 방사선이 금속 등과 부딪혀 생기는 '2차 중성자'는 일반 방사선보다 최대 20배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주선 재료로 널리 쓰이는 알루미늄은 일정 두께 이하일 경우 이 2차 중성자를 오히려 만들어내는 한계가 있어, 이를 대신할 신소재가 필요했다. BNNT는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얇고 잘 부서지는 시트 형태에 그쳐 실사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BNNT가 물속에서도 뭉치지 않고 고르게 퍼지도록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BNNT를 액정 형태로 만들어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데 성공하며, 기존보다 훨씬 촘촘하고 균일한 BNNT 필름을 제작했다.

완성된 필름은 밀도가 기존보다 3배 이상 높고, 중성자 차폐 성능도 3.7배 증가했다. 동시에 유연하고 강도가 높아 다양한 구조물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으로 진행한 시뮬레이션에서도 성능이 검증됐다. BNNT 필름은 알루미늄 대비 같은 두께·질량 조건에서 방사선 차단 효율이 15% 더 높았고, 2차 중성자 차단에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를 활용하면 달 탐사 우주비행사에게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준의 방사선 안전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 탐사 임무 기간을 최대 두 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책임연구원은 "나노 소재인 BNNT를 실제 우주 방사선 차폐 재료로 사용할 수 있게 제조 공정상의 기술 장벽을 넘어섰다"며 "기계적 강도와 열전도성이 높아 우주뿐 아니라 항공, 국방, 원자력 발전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도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103/4vdx-7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