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으로 구성한 암흑물질의 우주 분포도. 검정색 실처럼 보이는 부분이 암흑물질이다. 중입자로 구성된 물질들은 곳곳에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다./미 자연사박물관

우주에서 빛으로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에 불과하고 그 5배인 27%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암흑물질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암흑물질도 일반 물질과 같은 역학 법칙을 따를까,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힘을 받을까.

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처음으로 뚜렷한 답을 내놨다. 스위스 제네바대와 스페인 우주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암흑물질이 보통 물질과 동일한 운동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중력(重力)과 강력(强力), 약력(弱力), 전자기력(電磁氣力) 네 가지이다. 강한 핵력, 즉 강력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와 같은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으로 4가지 기본 힘 중에서 가장 강한 힘이다.

그 다음은 전하를 갖고 있는 물체 사이에서 작용하는 전자기력이고, 세 번째는 원자핵의 붕괴에서 나타나는 짧은 거리에서 작용하는 약력이다.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이 가장 약하다.

지금까지 학계는 암흑물질도 보통 물질처럼 중력에 지배된다고 봤다. 하지만 중력에 더해 미지의 다섯 번째 힘이 작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각각의 주장을 검증하기는 쉽지 않았다. 암흑물질은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진은 대신 은하의 속도를 지표로 삼았다. 은하는 대부분 암흑물질로 이뤄져 있으니, 어디로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는 암흑물질이 좌우한다. 연구진은 질량이 엄청나게 큰 천체가 시공간을 휘게 한 '중력 우물'에 은하가 빠지면 어떻게 이동하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우주가 훨씬 젊었던 30억~70억 년 전을 살폈다. 이 구간의 은하 속도와 중력 우물 값을 재구성해 암흑물질의 이동 규칙을 분석한 결과,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과 마찬가지로 오일러 방정식이 예측하는 경로를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오일러 방정식은 점성력을 고려하지 않고 중력과 같은 외부 힘으로 유체의 운동을 표현한 방정식이다. 즉 암흑물질은 중력만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아예 다섯 번째 힘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도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런 힘이 있다 해도 영향력은 매우 미약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력과 같은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엔 중력의 최대 7%,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경우엔 중력의 최대 21%에 불과할 것으로 나왔다.

연구진은 "그보다 강했다면 은하 운동에 이미 드러났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증거가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연구진은 앞으로 베라 루빈 천문대의 LSST(대형 광학 탐사),미국 DESI(암흑물질 분광기) 등 차세대 관측 프로그램에서 더 정밀한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LSST는 넓은 하늘을 반복 촬영해 은하 위치와 밝기 변화를 민감하게 잡는다. DESI는 스펙트럼 분석으로 은하까지 거리와 속도를 정밀 측정한다. 이 장비들이 본격 가동되면, 다섯 번째 힘이 중력의 2% 수준만 돼도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