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정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SAIHST) 교수와 차지욱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이 어린이 8620명을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유전체, 뇌 영상, 행동 데이터를 함께 분석했다./미 워싱턴대

국내 연구진이 아이의 뇌는 단순히 성장하면서 커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자의 설계도 위에 자라나는 환경이 더해져 완성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윤정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SAIHST) 교수와 차지욱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어린이 8620명을 대상으로 디옥시리보핵산(DNA) 유전체, 뇌 영상, 행동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유전이 뇌 구조와 기능,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9월 실렸다.

연구진은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얻은 뇌 구조와 활동 데이터를 유전정보, 심리·행동 지표와 함께 비교했다. 그 결과, 인지 능력과 관련된 유전적 조합을 많이 가진 아이일수록 뇌의 회백질 용적이 크고, 뇌 피질의 활성도가 높았다. 반대로 우울, 불안, ADHD 등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이 큰 아이들은 특정 뇌 영역의 활동이 낮았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유전이 아동기 뇌의 성장 방향과 속도를 일정 부분 설계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또 아이들의 뇌 구조 중 일부는 20% 안팎의 유전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회백질 발달은 백질보다 유전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 회백질은 사고력과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이는 어린이의 사고력 발달이 유전적 요인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뇌의 형태와 크기 같은 구조적 특징은 유전자 영향이 크지만, 뇌의 기능적 활동과 연결 방식은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는 것도 확인했다. 다시 말해, 아이의 뇌는 유전이라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지만, 부모의 정신건강, 사회경제적 환경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그 기능이 조율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아동기 신경발달 과정에서 유전적 영향이 뇌 구조와 기능, 행동 전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대규모 멀티모달 데이터를 통해 규명한 세계 최초의 성과다.

주윤정 교수는 "아동기의 뇌가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유전과 환경이 독특하게 상호작용하는 발달 단계임을 보여준다"며 "사춘기 이후 유전-뇌-행동 연결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추적한다면, 정신질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하는 정밀의학 전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33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