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면역세포 안에서 지질대사(세포 속 지방을 만들고 쓰는 과정)를 교란해 염증을 지속시키는 과정이 세계 최초로 실시간 영상과 정량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관련 기전은 학계에서 제시돼 왔으나, 세포 내에서 미세먼지가 쌓이고 지질대사가 바뀌어 염증이 활성화되는 흐름이 한 번에 입증된 사례는 처음이다.
이성수·황금숙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박사 연구진과 김성학 전남대 교수 연구진은 미세먼지가 대식세포(몸속 이물질을 먹어 치우는 면역세포)의 지질대사를 재편성해 랜즈사이클(Lands cycle)'을 과활성화시키고, 이 과정이 염증을 지속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랜즈사이클은 세포막 구성물(인지질)을 재정비하는 과정이며,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염증을 키우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져 염증이 지속된다.
연구계에서는 미세먼지가 대식세포를 자극해 염증을 일으키며, 지질대사가 관여한다는 사실이 일부 보고돼 왔다. 하지만 어떤 단계가 먼저 일어나고 어떤 효소가 이를 주도하는지, 또 그것이 살아 있는 세포에서 실시간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준 연구는 없었다.
연구진은 표준 미세먼지를 생쥐 대식세포에 처리한 뒤, 3차원 홀로토모그래피(3D-HT·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내부 구조를 3D로 관찰하는 영상기술)로 세포 내부 변화를 관찰했다.그 결과, 세포 안으로 유입된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이어 지질 방울(리피드 드롭릿·세포 내에 지방 성분이 뭉쳐 생긴 작은 방울)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미세먼지가 세포 구조와 대사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영상으로 확인한 최초 사례다.
실시간 정량 분석에서는 염증 반응이 먼저 켜지고, 이후 지질 방울이 축적되는 순서가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따라서 지질대사 변화는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염증을 강화·지속시키는 핵심 과정임이 확인됐다.
기존 3D-HT는 세포 형태나 미세입자 유입 과정을 관찰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세포 대사 변화까지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연구진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3D-HT와 다중오믹스(여러 생체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 특히 지질체 분석(세포 속 지방 성분 분석)과 전사체 분석(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하는 기술)을 결합한 '멀티모달 분석법'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총 234종의 지질 성분을 확인했으며, 염증 신호를 만드는 아라키돈산과 같은 지질 대사체가 2~3배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전사체 분석에서는 PLA2 효소와 Lands cycle 관련 유전자 발현이 최대 4~6배 증가했고, 염증 유전자(Tnf, Ccl2, Ptgs2 등)도 함께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미세먼지는 PLA2–Lands cycle 경로를 과도하게 가동해 염증 매개물(PGE2·염증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을 지나치게 생산했다. 실제로 PLA2를 억제하자 PGE2가 40~50% 감소했다. 즉, PLA2–Lands cycle이 미세먼지 유발 염증의 핵심 경로임이 기능적으로도 확인된 것이다.
이성수 KBSI 박사는 "살아 있는 세포에서 염증 경로가 작동하는 모습을 실시간·정량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라며 "환경 유해입자 독성평가와 염증성 질환 연구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숙 KBSI 박사는 "미세먼지가 세포 지질대사를 교란해 염증을 유발하는 과정이 정확히 규명됐다"며 "미세먼지·미세플라스틱·중금속 등 환경유해인자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하자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지난달 5일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