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발간한 '정부 R&D 투자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국회미래연구원

정부가 연구개발(R&D)에 쏟는 돈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정작 성과의 질과 효율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국회미래연구원은 '정부 R&D 투자효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2000년 4조원이던 정부 R&D 예산이 2023년 3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달러 기준으로 보면 2000년보다 7배 이상 늘어 일본, 독일, 미국보다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하지만 연구논문과 특허 등 주요 성과 지표에서는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제경쟁력 평가(IMD 기준)에서도 2005년 29위에서 2025년 27위로, 지난 2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기준 R&D 집행액 30조6000억원 가운데 출연연이 11조원(36.3%), 기업이 8조5000억원(27.8%), 대학이 7조4000억원(24.2%)을 차지했다. 전체 7만1804건의 연구과제 중 절반 가까운 45%가 1억원도 안 되는 소규모 과제였으며, 연구비 중 인건비 비중도 평균 24.4%로 높은 편이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작은 과제에서 인건비를 제외하면 실제 연구에 쓰이는 돈은 매우 적다"며, 이 구조가 정부 R&D 비효율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논문의 경우 정부 지원으로 발표되는 비중이 약 60%에 달하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 논문은 전체의 2.35%로 12위, 피인용 횟수는 2.23%로 11위에 머물렀다. 특허 성과도 늘긴 했지만 정부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간 15% 정도에 불과했으며, 대학의 성과는 다른 연구기관이나 기업에 비해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적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연구 수행 주체별 강점을 살린 지원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기초연구 지원에서는 연구자가 개인 경쟁으로 연구비를 받는 대신, 대학이나 학과 단위로 연구비를 나누고 각 대학·학과가 프로젝트별로 과제를 수행하도록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출연연 운영에서는 산업 수요를 고려해 조직을 통합하고, 지역 조직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처럼 기관 단위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 대신, 국가 전략 기술별 연구 프로젝트 단위로 지원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인력양성 분야에서는 각 부처에 흩어진 사업을 통합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으로 대학 R&D 지원사업으로 재편하고,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연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대학과 대학원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것을 넘어, 연구 성과의 질과 산업·사회적 활용도를 함께 높이는 구조로 정부 R&D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