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티라누스 무리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공격하고 있다./앤서니 허칭스(Anthony Hutchings)

중생대 백악기 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와 함께 살았던 작은 육식 공룡 신종(新種)이 밝혀졌다. 그동안 티라노사우루스의 어린 개체로만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다 자란 다른 공룡이었던 것이다. 공룡학계에서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논쟁을 종식하는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성장 과정에 대한 통념을 완전히 뒤집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청소년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로 여겼던 공룡 화석이 사실은 완전히 자란 별개 공룡 종이었다고 3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국 몬태나주에서 지난 2006년 발굴된 이른바 '결투하는 공룡' 화석을 분석했다. 처음에는 6700만년 전 머리에 뿔이 달린 트리케라톱스와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싸우는 모습 그대로 묻혀 화석이 됐다고 봤다. 고생물학자들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어린 개체라는 전제 하에 이 육식 공룡의 성장 과정과 사냥 행동을 연구해 왔다.

이번에 다시 뼈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공룡은 '나노티라누스 란센시스(Nanotyrannus lancensis)'라는 다른 공룡의 성체로 밝혀졌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이를 파악할 수 있는 뼈의 성장 고리, 척추 융합 정도, 골격 해부학을 통해 이 개체가 사망 당시 약 20세였으며 완전히 성숙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노티라누스 란센시스는 1942년 미국 몬태나주에서 발굴된 작은 육식 공룡 두개골 화석에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에는 티라노사우루스 속(屬)인 고로고사우루스 란센시스(Gorgosaurus lancensis)로 분류됐다가 다음에는 어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로 추정했다. 그러다가 1988년 다른 과학자들이 크기가 작은 새로운 육식 공룡이라고 주장하며 나노티라누스 란센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과학자들은 나노티라누스가 별개의 종인지, 아니면 티라노사우루스의 어린 개체인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연구진은 두 종의 화석과 성장 형태 분석을 토대로 나노티라누스가 몸길이 5~6m, 꼬리뼈 35개, 몸무게 약 700㎏으로, 티라노사우루스보다 훨씬 작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티라노사우르스는 몸길이 12~13m, 꼬리뼈 40~45개, 몸무게 6700~8200㎏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석 결과 다 자란 나노티라누스 란센시스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보다 팔이 더 길고, 이빨 수가 많으며, 꼬리뼈가 적고, 두개골 신경 구조가 달랐다. 이런 특징들은 성장 중 변하지 않는 특징으로, 이 공룡이 미성숙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일 가능성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린지 자노 교수가 나노티라누스 란센시스 화석 옆에 있다./NC State University

린지 자노(Lindsay Zanno)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교수는 "이번 발견은 단순히 논쟁을 끝낸 것이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연구의 기초를 뒤흔드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제임스 나폴리(James Napoli) 스토니브룩대 강사는 "이 공룡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의 미성숙 개체라면, 척추동물의 성장 법칙 자체를 거스르는 셈"이라며 "그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또 연구진은 200여 점의 티라노사우루스 계열 화석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나노티라누스의 또 다른 종인 '나노티라누스 레테우스(Nanotyrannus lethaeus)'도 발견했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의 망각의 강 '레테'에서 따온 것으로, 오랫동안 눈앞에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라는 뜻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백악기 말기에는 여러 육식 공룡들이 같은 생태계를 공유하며 경쟁했을 가능성이 크다. 자노 교수는 "거대하고 힘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도 당시 절대적인 지배자는 아니었다"며 "민첩하고 빠른 나노티라누스가 그 곁에서 경쟁하며 살아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8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