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산하 그란사소 국립연구소(LNGS)./위키미디어

한국과 이탈리아가 우주의 성분과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단서로 꼽히는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연구를 위해 공동 연구센터를 출범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 산하 그란사소 국립연구소(LNGS)는 30일 대전 IBS 본원에서 'IBS-INFN 중성미자 암흑물질 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별이나 행성처럼 빛을 내거나 반사해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물질은 5%에 불과하고 68%는 우주가 팽창하도록 밀어붙이는 암흑에너지, 27%는 빛을 내지 않으면서 물체를 끌어당기는 암흑물질로 본다. 아직 암흑물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하는지밝혀지지 않았다.

중성미자도 미지의 영역에 있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의 하나지만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아 '유령 같은 입자'로 불린다. 암흑물질이나 중성미자는 쉽게 검출되지 않아, 연구진은 지하 깊은 곳에서 우주 방사선을 차단한 상태로 희귀 신호를 관측해야 한다. 세계 여러 연구기관이 이런 방식으로 정밀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이탈리아 그란사소 연구소는 세계 최대 규모 지하 실험시설로, 중성미자 진동 실험과 암흑물질 탐색에서 주요 성과를 내온 연구 거점이다. 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정선 지하 1000m에 있는 국내 유일의 고심도 지하실험시설인 예미랩에서 암흑물질·중성미자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최근 그란사소 대표 실험 'DAMA/LIBRA' 결과를 반박한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경쟁 관계였던 양 기관은 이번에 공동 연구센터를 세워 정식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센터는 김영덕 IBS 단장과 에치오 프레비탈리 LNGS 소장이 공동 책임자로 운영한다. 양측은 매년 각 5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하며, 5년간 운영 후 평가를 거쳐 최대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핵심 목표는 암흑물질 탐색용 소재 개발, 중성미자 없는 이중베타붕괴 검출 기술 개발 등이다. 한국 연구팀은 요오드화나트륨(NaI) 결정 정제, 이탈리아 연구팀은 결정 성장과 방사능 측정을 담당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저방사능 결정 시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 시료를 기반으로 감도를 높인 차세대 검출장치를 개발하고 후속 실험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공동 연구센터는 인력 교류도 추진해 차세대 연구자를 양성하고 장기 연구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