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한울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 주영창 서울대 교수 연구진이 공동으로 초밀착 전자파 고성능 차폐막 기술을 개발했다./GIST

국내 연구진이 얇고 가벼운 반도체 속에서 전자파를 완벽히 막아낼 '초박막 방패'를 개발했다.

연한울 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주영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초밀착 전자파 고성능 차폐막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연 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는 김명기 고려대 융합에너지공학과 교수와 이성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도 참여했다.

전자파 차폐막은 반도체가 오작동하지 않도록 외부 전자파를 막는 장치다. 가볍고 작은 반도체를 만들려면 차폐막이 그만큼 얇아야 하지만, 전자파를 막으려면 두꺼워야 한다는 모순이 있다. 연 교수는 "이 두 가지 조건은 물리적으로 상충하는 딜레마였다"며 "이 난제를 해결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차폐막 안에 미세한 구멍(기공)을 만들어 전자파를 흩어지게 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하지만 반도체 공정에서는 이 방식이 어렵다. 기공을 만들려면 고온 공정이 필요하고, 균일하게 제어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기존 차폐막의 '두께-성능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 막 구조를 도입했다. 핵심은 2차원 물질인 '맥신(MXene)'을 금속 박막 사이에 끼워 넣는 샌드위치 구조다.

맥신은 금속과 탄소 층이 교대로 쌓인 2차원 나노소재로,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화합물 설계가 가능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특히 초고주파 영역에서 전자파 간섭을 막는 차세대 초박막 차폐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한울 GIST 교수, 주영창 서울대 교수 공동 연구진./GIST

연구진은 금속과 맥신의 샌드위치 구조를 통해 전자파가 내부에서 반사되고 산란하며 효과적으로 흡수되도록 했다. 덕분에 차폐막 두께를 2㎛(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미만으로 얇게 유지하면서도 차폐 성능은 기존보다 약 100배 이상 높일 수 있었다.

맥신 박막의 두께를 1㎛에서 200㎚(나노미터, 10억분의 1m)로 줄여도 성능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은 고온 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반도체 패키지 공정에서 기체를 뿌려 굳히는 기존 스프레이 코팅·증착(PVD) 공정만으로 구현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탈리아의 탐험가인 크리스토퍼 콜롬버스는 달걀의 한 쪽 끝을 깨뜨려 세웠다. 다른 사람들은 달걀을 원래 상태로 세우려 하다가 모두 실패했다.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문제의 본질을 해결했다는 뜻이다.

그는 "금속과 맥신을 번갈아 쌓는다는 단순한 아이디어를 구현한 것"이라며 "금속 위에 맥신을 균일하게 올리는 게 어려웠지만, 표면 처리 기술을 개발한 덕분에 연구가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다만 핵심 소재인 맥신의 가격이 기존 금속보다 약 1000배 이상 비싸다는 점은 상용화의 과제로 남는다. 연 교수는 "군사용 전자기기나 고성능 반도체 분야 등에서는 충분히 시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 교수는 2021년 12월 GIST에 부임했다. 그는 "첫 목표가 '연구실 첫 논문을 네이처에 싣는 것'이었다"며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주영창 교수, 박사후연구원 시절 스승인 김지환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 덕분에 꿈을 크게 꿀 수 있었다"고 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6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