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조선DB

국내 연구진이 임상시험 전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낼 수 있는 약물을 미리 골라낼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김상욱 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AI를 이용해 사람에게 나타날 약물 부작용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의약 분야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 온라인판에 지난 2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세포나 동물 실험 등의 전임상을 통과한 약물이 사람에게서 뜻밖의 독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람과 동물의 생물학적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초콜릿이 사람에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개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어떤 약물은 쥐에게 안전하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신약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종(種) 간 차이'였다.

연구진은 세포·쥐·사람 간 생물학적 차이인 '유전형-표현형 차이(GPD)'에 주목해 약물이 겨냥하는 표적 유전자가 사람과 전임상 모델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하는지를 세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유전자가 생존에 미치는 영향(필수성), 조직별로 유전자가 발현되는 양상,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 유전자의 연결성이다.

위험 약물 434개와 승인 약물 790개 데이터로 검증한 결과, GPD 특성은 사람에서 독성으로 실패하는 약물과 유의하게 연관됐다. 화학 구조만 볼 때보다 예측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독성 물질을 실제로 잘 찾아내는 지표와 전체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 모두 높아졌다. 개발된 AI 모델은 기존의 최신 모델들과 비교해 가장 우수한 예측 성능을 보였다.

나아가 독성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경고하는 '연대기적(chronological) 검증'에서도 실용성을 보였다. 1991년까지의 약물 정보만으로 AI를 학습시킨 뒤, 1991년 이후 시장에서 퇴출당할 약물을 예측한 결과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김상욱 교수는 "전임상 모델과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수치로 반영한 첫 시도"라며 "AI와 생물정보학을 결합하면 신약 개발 '실패의 골짜기'를 크게 줄여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을 더 빠르게 개발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전했다.

참고 자료

eBioMedicine(2025),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5.105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