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기차 배터리의 최대 난제인 '폭발 위험'을 해결할 새로운 전극 구조를 개발했다.
박수진 포스텍 화학과·배터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문장혁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진과 함께 리튬금속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3차원 다공성 구조체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재료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지난 13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리튬금속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가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면 리튬이 뾰족한 바늘 모양으로 자라는 '덴드라이트' 현상이 일어난다. 이 바늘이 배터리 내부를 뚫으면 단락(합선)이 일어나 폭발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막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았다. 전극 내부에 구불구불하지 않은 곧은 통로를 만들고, 아래로 갈수록 리튬이 더 잘 달라붙도록 설계했다. 지하 주차장에서 차들을 아래층부터 질서정연하게 주차하듯 리튬이 안전한 경로를 따라 차곡차곡 쌓이게 한 것이다.
연구진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고 분리되는 원리를 활용한 '비용매 유도 상분리' 공정으로 이 구조를 구현했다. 고분자에 탄소나노튜브와 은 나노입자를 섞어 전기가 잘 통하게 만들고, 구리 기판 위에 은을 입혀 리튬이 바닥부터 자라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리튬이 아래에서 위로 차곡차곡 쌓였고, 덴드라이트 형성이 완전히 억제됐다.
박수진 교수는 "복잡한 공정 없이 전극 내부 이온 이동 통로와 리튬 쌓임 방식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전극 내부의 '길'과 '방향'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리튬금속전지 실용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