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신소재공학과 이재영 교수와 전남대 의과대학 김수완 교수 공동 연구진이 급성신부전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병리 과정을 차단하는 의약기술을 개발했다. 그림은 해당 연구의 모식도./GIST

급성 신장손상이 만성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과정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제시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28일 신소재공학과 이재영 교수와 전남대 의과대학 김수완 교수 공동 연구진이 급성신부전이 만성으로 진행되는 병리 과정을 차단하는 지능형 나노의약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급성신부전(AKI)은 수술이나 조영제, 패혈증 등으로 신장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질환이다. 대부분 회복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신부전(CKD)으로 악화되는 사례가 많다. 이런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신장 내에 과도하게 생성되는 활성산소(ROS)다. 활성산소는 세포를 손상시키고 염증과 섬유화를 일으켜 결국 신장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지금까지 활성산소를 정확히 제어하고 손상된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상된 부위의 활성산소에만 반응해 약물을 방출하는 그래핀 기반 나노약물 플랫폼을 설계했다.

새로 개발된 약물은 비타민 D 유도체 항섬유화제(파리칼시톨)를 주성분으로 하고, 이를 히알루론산(HA)과 환원 그래핀(rGO)으로 감싸 만든 구조다. 히알루론산은 손상된 신장 세포 표면의 'CD44 수용체'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약물이 손상 부위에만 모이도록 돕는다. 활성산소가 많은 환경에서는 약물이 스스로 방출돼, 정상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병든 세포만 치료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이 나노복합체는 손상 부위에서 약물을 2.7배 더 많이 방출했고, 세포 실험에서는 과산화수소 같은 강한 산화 환경에서도 신장 세포 생존율을 70% 이상 유지했다. 동물 실험에서도 손상된 신장에 약물이 집중적으로 모이면서 염증과 섬유화, 세포 손상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신장 기능의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주요 혈중 지표(NGAL, Cystatin C) 수치도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이는 급성 손상에서 만성 질환으로 악화되는 '신손상-신부전 전이(AKI-to-CKD transition)'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활성산소에 반응해 병변 부위에서만 작용하는 스마트 약물 전달 플랫폼을 제시했다"며 "신부전뿐 아니라 당뇨성 신증 같은 다양한 신장 질환에도 적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과 섬유화를 동시에 억제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에 지난 23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Theranostics(2025): https://www.thno.org/v16p0618.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