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인공지능(AI)이 사람처럼 새로운 물질의 구조를 상상하고 예측하는 시대가 열렸다. 단순히 계산만 하는 도구를 넘어, 연구자의 '두 번째 두뇌'로서 아이디어 발굴부터 실험 검증까지 함께 수행하는 것이다.
홍승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미국 드렉셀대, 노스웨스턴대, 시카고대, 테네시대와 함께 AI의 진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화학회 나노(ACS Nano)'에 지난 7월 게재됐다.
연구진은 소재 연구 과정을 발견과 개발, 최적화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에서 AI가 맡는 역할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AI는 수많은 재료 중에서 가능성 있는 후보를 먼저 추천하고, 실험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며, 스스로 조건을 조절해 최적의 결과를 찾아낸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와 그래프 신경망, 트랜스포머 모델 등 최신 기술들이 AI를 단순한 계산 도구가 아닌 생각하는 연구자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AI는 물리와 화학의 원리를 스스로 학습해 새로운 물질을 상상하고, 아이디어 제안부터 실험 검증까지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한다.
이어 AI가 직접 실험 계획을 세우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는 '자율 실험실'과 'AI 기반 촉매 탐색 플랫폼' 사례도 소개됐다. 이 시스템에서는 AI가 실험 조건을 설계하고 로봇이 자동으로 촉매를 합성해 결과를 분석한다. 연구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이 기술은 배터리나 에너지 소재 같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연구진은 AI의 예측이 항상 정답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데이터 품질의 불균형과 결과 해석의 어려움, 서로 다른 데이터의 통합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AI가 물리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연구자가 그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범 교수는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신소재공학의 새로운 언어이자 사고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번에 제시한 로드맵은 배터리와 반도체, 에너지 소재 등의 분야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ACS Nano(2025), DOI: https://doi.org/10.1021/acsnano.5c04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