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이 참석해 있다./뉴스1

해외로 빠져나가는 과학기술 인재와 잇단 데이터 유출 사고가 한국의 과학기술 신뢰를 흔들고 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인재 영입 시도와 연구 데이터 관리 부실이 동시에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과학기술 강국을 외치지만 기초가 새고 있다"며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가 '과학기술 인재 강국'이지만,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보다 우리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의 정년 후 교원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지난 5월 회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우려가 드러났다. 응답자 123명이 최근 5년 내 해외 연구 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이 중 82%는 중국에서 온 제안이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연구 기관 연구원 이직률도 높아지고 있다. 신 의원이 N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연연 전체 연구원 이직자는 2023년 143명, 2024년 166명에 이어 올해 상반기(6월 기준) 이미 84명에 달했다.

이에 대해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아직 연구 역량이 충분한 65세 이상 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퇴직을 앞둔 연구자들의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공계 인재 유출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며, 다음 달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를 택하거나 해외로 떠나는 과학기술 인재를 국내로 되돌리기 어려운 근본 원인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사회적으로 과학자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은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국가 차원의 사기 진작이 미흡한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답했다.

한편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KAIST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KAIST 교수 149명에게 '연간 200만위안(약 4억원)의 급여와 주택·자녀 학자금 지원'을 제시하는 초청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KAIST 연구보안팀에는 이 같은 유사 이메일이 매달 2~3건씩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논문투고시스템(JAMS)이 해킹된 직후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사과문./연구재단

이날 국감에서는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부실 대응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6월 연구재단의 논문투고시스템(JAMS)이 해킹 공격을 받아 12만 2954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유출된 항목에는 계좌번호, 직장정보, 이메일,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해킹 수법이 '비밀번호 찾기' 기능의 단순한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며 "JAMS가 2008년 도입된 이후 17년간 기본 인증 절차 없이 그대로 운영돼 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국민과 연구자분들께 죄송하다"며 "JAMS 운영은 과기정통부가 아닌 교육부 소관"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시스템 강화를 위해 약 12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고서를 보면 7월까지는 대응 상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만, 8~10월에는 단순 보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홍 이사장은 이에 "현재 정밀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아직도 점검 중이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