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만든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를 중국의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씨레이 세라퓨틱스(C-Ray Therapeutics)에 수출했다고 23일 밝혔다.
원자력연은 2018년 지르코늄-89 생산 기술을 국산화한 뒤, 국내 병원과 대학, 바이오기업 등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왔다. 이번 수출로 연구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 태국에 이어 중국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지르코늄-89는 약물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할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다. 암세포에 결합하는 항체단백질 신약 개발 과정에서 약물이 실제로 암 부위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할 때 사용된다.
이 물질은 주로 대형병원에서 쓰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장치)에 이용되며, 종양 진단과 치료 효과 추적, 면역치료제 검증, 나노바이오 소재 평가 등 다양한 의학·바이오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에 수출된 지르코늄-89는 원자력연 첨단방사선연구소의 'RFT-30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됐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를 빠르게 가속해 표적 물질에 충돌시키는 입자 가속기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드는 핵심 장비다.
연구진은 이트륨-89에 양성자를 충돌시켜 지르코늄-89를 만들고, 이를 여러 단계의 정제 과정을 거쳐 0.3mL 주사액 형태로 가공했다. 양은 일반 인공눈물 한 병보다 훨씬 적지만, 약 600만원 상당의 고순도·고부가가치 의약 원료로 평가된다.
씨레이 세라퓨틱스는 방사성의약품의 공정개발부터 임상시험, 생산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중국의 전문기업이다. 자국 내 물류 네트워크를 갖춰 향후 시장 확대에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지르코늄-89의 국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번 중국 수출을 계기로 원자력연이 아시아 지역 방사성동위원소 기술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