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우주 분야에 대한 계획은 인상적이지만, 장기적인 목표와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아덱스)가 열렸다. 이날 우주항공청(KASA) 부스를 찾은 호주 상무부 대표단의 한 기업인은 "유인 탐사, 우주 의학, 대형 발사체, 우주정거장 등 20~30년 뒤에 어디에 가려고 하는지 분명하면, 무엇을 연구개발(R&D) 해야 하는지가 따라온다"며 "하지만 그런 그림이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드론 등 자율 시스템용 무선통신 장비를 만드는 회사로,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며 "한국 방위 산업에 우리의 통신 기술을 공급하는 한편, 한국의 우수 기술을 국제 시장으로 함께 수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주청은 올해 처음으로 아덱스에 공식 참가했다. 그동안 방위산업 중심 행사로 인식됐던 아덱스에 '우주항공 기술관'이 마련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청은 여기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우주항공관을 구성해 발사체, 탐사, 위성, 천문 분야의 대표 기술과 정책 비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10분의 1 크기로 축소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는 달 탐사선인 다누리,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차세대 중형위성,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위성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태양전지로 장기 체류가 가능한 성층권 무인기 EAV-4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시된 기술은 대부분 최근 5년 이내 사업 성과에 집중돼 있었다. 미래 계획이라면 오는 11월 4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 내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위성 6호에 이어 2029년 발사 예정인 KPS 위성이 끝이었다. 호주 대표단 관계자의 지적처럼, 장기 계획이나 미래 로드맵을 제시하는 전시 패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무기 시연과 영상 퍼포먼스로 관람객을 모으는 다른 부스들과 달리, 설명 중심의 정적인 부스 구성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열린 SBIR(중소기업 혁신기술 연구개발) 세미나 관람객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부스 내에서는 관계자들의 설명과 일부 해외 대표단 방문이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우주청이 우주산업 육성을 새로운 국가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방산의 무게감이 더 컸다.
우주청 관계자는 "아덱스가 방산 중심 전시회다 보니, 첫 참가인 올해는 그간의 성과 전시에 주안점을 둔 게 사실"이라며 "미래 사업은 일부만 반영돼 미래 계획 섹션이 약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전시에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과 미래 계획을 병행해 보완하겠다"고 했다.
최근 우주청은 장기 전략 구체화를 위한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추진 중인 'KASA 우주추진전략 기술로드맵'은 의견수렴과 공청회 절차를 거치는 중이다. 이 로드맵은 한국형 우주 개발의 미래 설계도로, 우주수송·인공위성·우주과학탐사 등 세 분야의 중장기 기술 확보 전략을 제시했다. 총 135개 핵심 기술이 포함됐으며, 산·학·연이 참여해 단계별 개발 목표와 민간 주도 생태계 조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우주청이 2032년 달 착륙과 2045년 화성 탐사라는 큰 방향은 잡았지만, 그 목표에 맞춘 세부 계획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아덱스 전시는 그런 한계와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