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는 하루에도 여러 번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확인하고 그에 맞춰 혈당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을 주사한다. 이런 번거로운 수동 관리를 자동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박성민 포스텍(포항공대) 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혈당 관리 AI인 DA-CMTL(Domain-Agnostic Continual Multi-Task Learning)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npj 디지털 의학(Digital Medicine)'에 지난 16일 게재됐다.
혈당은 식사나 운동, 스트레스 등에 따라 시시각각 변한다. 건강한 사람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이를 조절하지만,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아 혈당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저혈당 상태가 되면 어지럼증, 실신, 심하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뇨 환자들은 하루에도 여러 번 혈당을 측정하고, 수치를 보며 인슐린 주입량을 조절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수동 관리 방식은 번거롭고, 예측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박성민 교수 연구진은 혈당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위험한 저혈당까지 감지할 수 있는 범용 AI 기술을 개발했다. AI를 활용한 혈당 예측 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대부분 특정 환자의 데이터에 맞춰 설계돼 다른 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려웠다. 또한 기존 기술은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따로 계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DA-CMTL 모델은 환자들이 팔에 부착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에서 5분마다 기록되는 혈당 수치와 인슐린 주입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으로 혈당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고, 동시에 저혈당이 생길 가능성까지 계산한다.
연구진은 세 가지 AI 기술을 결합해 정확도를 높였다. 먼저 '지속 학습'으로 환자별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학습해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하도록 했고, '다중 작업 학습'을 적용해 혈당 예측과 저혈당 감지를 한 번에 처리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가상-현실 전이' 기술을 더해,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모델이 실제 환자 데이터에서도 잘 작동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이 모델은 혈당 예측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기존 모델보다 더 정확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또한 실제 인공췌장 시스템 실험에서도 성능 향상이 입증돼,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확인됐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로 특정 환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인 인공지능 혈당 관리 기술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차세대 인공췌장 기술로 발전해 당뇨 환자의 치료 방식과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pj Digit. Med(2025), DOI: https://doi.org/10.1038/s41746-025-019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