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의진 전산학부 교수 연구진이 청년층 1인 가구 20세대의 가정 내 IoT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생활 패턴이 불규칙한 그룹 (빨강)은 그렇지 않은 그룹 (파랑)보다 평균 정신건강 상태가 안 좋게 나타났다. 그림은 두 그룹의 평균 정신건강 상태를 점수로 비교한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정신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의미한다./KAIST

국내 1인 가구가 800만 세대를 넘어 전체의 36%를 차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62%가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하는 등 고립감과 정신건강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집 안의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활용해 정신건강 상태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생활 리듬의 변화'를 통해 정신건강 악화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개인 맞춤형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개발의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21일 이의진 전산학부 교수 연구진이 청년층 1인 가구 20세대를 대상으로 4주간 실증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가정에 설치한 가전제품, 수면 매트, 움직임 센서 등에서 IoT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스마트폰·웨어러블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기존의 정신건강 추적 방식은 스마트폰 사용량이나 착용형 기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집 안에서는 기기를 소지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누락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가정 내 IoT 데이터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빈틈없이 반영해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했다.

연구 결과, 수면 시간이 줄어들수록 우울·불안·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또 실내 온도가 올라갈수록 불안과 우울감이 심해지는 상관관계도 확인됐다.

참가자들의 행동 패턴은 각기 달랐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냉장고 사용이 늘어나는 '폭식형', 활동량이 급감하는 '무기력형' 등으로 나뉘었지만, 생활 리듬이 불규칙할수록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특정 행동의 빈도보다 일상 패턴의 변동성이 더 중요한 요인"이라며, 규칙적인 생활이 정신건강 유지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생활 데이터를 시각화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확인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보다 데이터가 정신건강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연구 참여 만족도도 크게 높아졌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가정 내 IoT 데이터가 개인의 생활 맥락 속에서 정신건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별 생활 패턴을 예측하고, 맞춤형 코칭이 가능한 원격 의료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 국제 학술지 'ACM 인터랙티브, 모바일, 웨어러블, 유비쿼터스 기술'에 지난달 3일 게재됐다.

참고 자료

Proceedings of the ACM on Interactive, Mobile, Wearable and Ubiquitous Technologies(2025), DOI: https://dl.acm.org/doi/10.1145/3749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