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 단백질들이 엉킨 신경세포를 둘러싼 미세아교세포. 뇌와 척수에서 발견되는 면역 세포로, 손상되거나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병원균과 싸운다./미 워싱턴대 의대

뇌에서 노폐물을 처리하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뇌의 방어 체계가 약해져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좋은 일도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이 뇌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하버드 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의 아나 그리치우크(AnaGriciuc) 교수 연구진은 "미세아교세포를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계속 켜 두면 노폐물 청소와 염증 조절 기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지난 17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뉴런(Neuron)'에 발표했다.

미세아교세포는 신경세포(뉴런)를 지원하는 교세포의 일종인 면역세포이다. 손상되거나 죽은 세포를 제거하고, 병원균과 싸운다. 특히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덩어리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TREM2는 미세아교세포를 작동하거나 중지시키는 스위치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평상시에는 미세아교세포를 대기 상태로 두다가, 단백질 찌꺼기가 쌓이면 질병 대응 상태로 바꿔 청소를 시킨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는 TREM2의 기능이 약해지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졌다.

연구진은 이 같은 통념을 뒤집었다. TREM2 유전자를 '항상 켜진' 상태로 만드는 T96K 돌연변이가 생기면 오히려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다.

먼저 연구진은 인체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미세아교세포의 TREM2 유전자 활동을 평소보다 더 강화시키는 T96K라는 '기능 증가(gain-of-function)' 변이를 찾았다. 다음에는 뇌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과 같은 상태에 있는 쥐에서 이런 유전자 변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했다.

실험 결과, T96K 변이는 미세아교세포의 노폐물 청소와 면역 기능을 떨어뜨렸다. 먼저 미세아교세포가 단백질 찌꺼기 주변에 제대로 모이지 못했다. 청소부가 쓰레기에 가지 못하는 셈이다.

또 T96K 변이는 미세아교세포가 분비하는 '용해성 TREM2'의 양도 줄였다. 용해성 TREM2는 주변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T96K 변이는 미세아교세포가 청소, 염증 조절을 위해 내보내는 신호들도 방해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유전자가 작동하지 않는 기능 상실뿐 아니라 과도하게 작동하는 기능 증가 변이도 알츠하이머병 위험과 연결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TREM2 유전자를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TREM2를 무조건 활성화하면 병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니 향후 치료는 조절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T96K 변이의 영향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점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사람의 미세아교세포와 비슷한 세포와 실험동물에서 T96K와 같은 기능 증가 변이가 면역 반응, 지방 대사, 세포 노화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euron(2025), DOI: https://doi.org/10.1016/j.neuron.2025.09.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