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기후의 리듬이 완전히 달라질지도 모른다. 한국과 미국, 독일, 아일랜드 공동 연구진이 지구 온난화가 태평양의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될 경우 지구 기후 변동의 핵심 요인인 '엘니뇨-남방진동(ENSO)'이 향후 수십 년 내 훨씬 강하고 규칙적인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ENSO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와 대기압 변화가 주기적으로 변동하는 전 지구적 기후 현상을 말한다.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주기인 엘니뇨와 낮은 주기인 라니냐로 나뉜다. 각각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유래한 말로, 모두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기후모델을 이용해 21세기 말까지의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모의실험)했다. 그 결과, 지금처럼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엘니뇨와 라니냐 주기가 앞으로 30~40년 안에 일정한 주기를 가진 '규칙적 진동'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동시에 해수면 온도 변동 폭은 지금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온난화로 인해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강해지고, 열대 지역의 날씨 변동성이 커지면서 ENSO의 강도(진폭)와 규칙성이 함께 커진다는 것이다.
말테 스투커(Malte F. Stuecker) 미국 하와이대 교수는 "온난화된 세계에서는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강화돼, 작은 자극에도 커다란 진동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변할 수 있다"며 "복잡한 기후모델에서 이런 전환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진은 강력해진 ENSO가 다른 주요 기후 시스템과 동기화될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북대서양진동(NAO), 인도양 쌍극자(IOD), 열대 북대서양(TNA) 모드 등 여러 기후 시스템이 서로 맞물려 움직이게 되면, 세계 곳곳의 기후 패턴이 동시에 변화할 수 있다.
악셀 팀머만(Axel Timmermann) IBS 기후물리연구단 단장은 "이는 마치 여러 개의 진자가 점차 같은 박자로 흔들리는 현상과 비슷하다"며 "이로 인해 남부 캘리포니아나 이베리아반도 등지에서 극단적인 가뭄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수문학적 채찍효과(whiplash)'가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다른 기후모델과 실제 관측 자료도 함께 분석해 결과를 검증했다. 자오 션(Sen Zhao) 하와이대 연구원은 "일부 다른 모델도 비슷한 결과를 보이며, 엘니뇨의 미래는 지금보다 예측 가능해질 수 있지만 그 영향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팀머만 단장은 "엘니뇨의 규칙성이 커지면 ENSO 예측이 더 정확해질 수 있다"며 "하지만 동시에 농업과 생태계, 수자원 등 인류의 삶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강해질 것이다. 이제는 전 지구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IBS의 첫 번째 슈퍼컴퓨터인 알레프(Aleph)를 이용해 더 높은 해상도의 기후모델로 지구 기후 시스템의 동기화 현상을 추가 분석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46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