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환자의 항암제 사용이 결핵을 악화시키는 면역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향후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할 전망이다.
연세대 하상준 생명시스템대학 생화학과 교수와 신성재 의과대학 교수, 김혜련 종양학과 교수, 권기웅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교수 연구진은 결핵균 감염 상황에서 항암제 투여가 어떻게 결핵을 악화시키는지에 대한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지난 6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결핵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와 함께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3대 감염질환 중 하나로, 여전히 가장 심각한 감염병으로 꼽힌다. 현재 전 세계 인구 중 약 20억 명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거에 비해 결핵의 발병률과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2024년 기준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최근 항암제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결핵균 감염 환자에서 항암제 병용 시 발생하는 면역 이상 반응 및 결핵 악화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나, 그 면역학적 병인 메커니즘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한 암 환자 중 결핵균 양성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에서 항암제 치료 후 '혈중 호중구 증가'와 함께 폐결핵의 급격한 악화가 관찰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임상 현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결핵균 감염 동물모델을 확립하고 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항암제 투여군에서 폐 조직 내 호중구 증가와 과도한 염증 반응, 결핵균의 급격한 증식이 관찰됐다. 또 항암제 투여군에서는 결핵균 제어에 필수적인 결핵 특이적 T세포 반응이 현저히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항암제 투여는 결핵균을 인식하고 제어하는 T세포의 증식과 활성화를 억제하는 반면, 골수에서 호중구-단핵구 전구세포의 과도한 증식과 폐 조직 내 침윤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면역세포 구성의 불균형은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 폐결핵의 병리적 악화를 촉진했다.
하상준 교수와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항암제 사용과 결핵 악화의 상관관계 메커니즘이 규명됨으로써, 항암제 사용 환자의 감염 관리 지침 수립 및 결핵 환자 대상 항암제 투여 시 부작용 최소화 전략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39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