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생명에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피부와 눈 건강을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이기도 하다. 국내 연구진이 자외선 노출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감시할 수 있는 투명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강성준 경희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광센서 개발업체인 유비전랩과 함께 완전히 투명한 자외선(UVA) 감지 센서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햇볕을 오래 쬐면 피부가 타고, 노화가 빨라지며 심하면 안과 질환,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UVA, UVB, UVC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중 UVA는 파장이 가장 길어 오존층을 뚫고 피부 깊숙이 침투한다.
기존 자외선 측정 기기는 대부분 불투명해 실제 자외선 투과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빛이 센서를 통과해 내부 반도체에 도달하는 비율이 낮아 측정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산화물 반도체를 여러 겹 쌓는 방식으로 완전히 투명하면서도 고성능인 포토다이오드를 만들었다. 포토다이오드는 빛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반도체 소자다. 연구진은 투명 포토다이오드로 가시광선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UVA 영역만 선택적으로 정밀 감지할 수 있는 투명 자외선 센서를 개발했다.
투명 자외선 센서는 빛의 투과율이 평균 75%에 달한다. 덕분에 피부에 부착해도 눈에 거의 띄지 않으면서, 자외선 데이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빛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전기 신호로 변환했다.
연구진은 유비전랩과 함께 피부에 붙인 투명 센서를 스마트폰 앱(app·응용프로그램)과 연동되도록 실시간 자외선 모니터링 시스템도 개발했다. 피부가 화상을 입을 만한 자외선량의 80%에 도달하면 스마트폰이 경고 알림을 보낸다. 사용자는 자외선 노출을 미리 인지하고, 그늘로 이동하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는 등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자외선 차단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일정 시간 후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실제 노출량을 알려주는 장치와 함께 사용할 때 피부 보호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또 센서가 투명하고 가벼워 의류, 시계, 팔찌 등 다양한 형태로 적용될 수 있다. 연구진은 "향후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밴드에 적용되면, 일상적인 야외 활동 중에도 자외선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피부암 예방과 피부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성준 교수는 "투명 자외선 센서를 통해 개인의 자외선 노출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피부암이나 광노화, 백내장 같은 질환을 사전에 경고하고 예방할 수 있다"며 "향후 투명 전자소자와 광센서 산업 전반에서도 국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a7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