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의 색과 회전 방향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초소형 분광기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이 기술은 복잡한 광학 장치를 단일 칩으로 대체할 수 있어, 병원 진단기기나 환경오염 측정, 식품 안전성 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메타표면(metasurface) 기술을 활용해 기존 장비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빛의 파장(색)과 편광(회전 방향)을 한 번에 판별할 수 있는 '메타렌즈형 분광기'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1일 게재됐다.
빛 속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분광기는 이 빛을 분석해 물질의 성분이나 상태를 알아내는 도구다. 병원의 혈액 검사, 음식 안전성 검사, 공기나 물의 오염 측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분광기는 크기가 크고 복잡한 장비가 필요했다. 특히 빛의 색뿐만 아니라 회전 방향(편광)까지 동시에 분석하려면 더 많은 장비가 요구돼, 마치 라디오 하나 들으려 방 하나를 가득 채우는 셈이었다.
연구진은 이를 '메타표면' 기술로 해결했다. 메타표면은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아주 작은 기둥 수십만 개가 정밀하게 배열된 구조다. 각 기둥은 특정한 각도로 비틀어져 있어, 빛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기둥들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켜 배치함으로써, 같은 색의 빛이라도 편광 방향에 따라 초점이 맺히는 위치가 달라지도록 설계했다. 이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빛의 색과 회전 방향을 동시에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교통경찰이 차량의 종류와 방향에 따라 다른 길로 안내하듯, 이 작은 기둥들이 빛을 나누는 셈이다.
실제로 연구진은 기준이 되는 4가지 파장(320, 370, 405, 450㎚)에 대해서 실험을 진행해, 빛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느냐에 따라 다른 위치에 초점이 생기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를 통해 색과 편광 정보를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하나의 장치로 두 가지 정보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초소형 분광기를 세계 최초로 구현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손톱보다 작은 분광기는 대부분 색깔만 구분할 수 있었고, 편광을 측정하려면 추가 장치가 필요했다.
노준석 교수는 "향후 휴대형 진단기기나 환경 센서, 생체검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07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