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싱가포르 수자원공사(PUB)가 주롱섬에서 가동을 시작한 해수 담수화 시설. 싱가포르의 5번째 해수 담수화 시설이다./PUB

국내 연구진이 바닷물을 기존 기술보다 더 빠르게 식수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 세계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지 기대가 모아진다.

포항공과대학교(POSTECH)는 이상준 기계공학과 교수, 히긴스 윌슨(Higgins Wilson) 박사 연구진이 최근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날씨나 시간대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담수화 기술을 발표했다고 14일 밝혔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태양열을 이용해 물-공기 계면의 물만 선택적으로 가열하는 '계면 증발' 기술에 주목해왔다. 이 방법은 증발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날씨나 낮·밤 변화에 따라 성능이 들쭉날쭉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낮은 전압(5V 이하)의 전기를 활용한 '줄(Joule) 가열' 방식을 도입했다. 전기가 흐르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전기장판이 따뜻해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소재로는 구멍이 촘촘한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를 사용했다. 이 소재는 가볍고 튼튼하며 고온에서도 안정적이다. 연구지는 여기에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을 입혀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가 잘 흐르도록 전기 저항을 낮췄다.

연구진이 새 기술로 개선한 계면 증발기의 개략도./포스텍

결과는 놀라웠다. 순수한 물을 증발시키는 실험에서 증발기 표면 온도는 98°C까지 빠르게 올라갔고, 시간당 205kg/㎡의 수분을 증발시켰다. 이는 기존 세계 기록의 두 배를 넘는 수치다. 농도 3.5%의 바닷물에서도 시간당 18kg/㎡를 처리하며 전례 없는 담수화 성능을 입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계면 증발식 담수화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이라며 "빠른 고온 가열 기술은 담수화뿐만 아니라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 포집 등 다양한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Engineering(2025), DOI: https://doi.org/10.1038/s44172-025-00498-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