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도별 전고체전지 개발 현황./뉴스1

국내 연구진이 전고체전지의 가장 큰 기술적 한계로 꼽혀온 '5볼트(V)'의 벽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전고체전지는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하고, 폭발 위험이 적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전지는 전압이 높을수록 에너지를 많이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5V 이상에서 배터리 안의 재료가 불안정해져 쉽게 망가지는 탓에, 대부분 4V 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배터리 성능을 더 높이기가 어려웠다. 전고체전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윤석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남경완 동국대 교수, 서동화 KAIST 교수 연구진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 물질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실렸다.

연구진이 만든 핵심 물질은 'LiCl–4Li₂TiF₆'라는 고체 전해질이다. 전해질은 배터리 속에서 전기가 오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데, 이번 물질은 5V 이상의 높은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전기가 흐르는 속도(이온전도도)도 기존보다 훨씬 빨라졌다.

이 전해질은 배터리 안의 양극 표면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쉽게 말해, 전기가 흐를 때 생길 수 있는 불안정한 반응을 막는 '보호막' 역할을 해 배터리의 수명과 성능을 모두 높이는 것이다.

두꺼운 전극·파우치형 셀에서도 안정성 입증한 5V 전고체전지./연세대

연구진은 이 물질을 여러 종류의 고전압 배터리에 적용해 실험했다. 그 결과, 안정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전력(258mAh/g) 을 저장할 수 있었다. 실제로 상용화에 가까운 파우치형 전고체전지에서도 높은 출력과 안정적인 작동을 보여, 기술 실용화 가능성도 입증했다.

연구진은 또 이 기술이 이미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삼원계(NCM), 리튬과잉 망간계 배터리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특정 실험용 전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배터리 시스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성과는 기존의 값싼 염화물 전해질에 불화물(Fluoride) 을 결합해 안정성과 성능을 모두 끌어올린 것으로, 전고체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한 신소재 개발이 아니라, 고전압 전고체전지를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며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가속화할 핵심 기술이자, 안전성 논란이 있는 기존 황화물계 전해질을 대체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 Energ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60-025-01865-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