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의약품의 무균 검사를 단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 보름(14일)이 걸렸지만, 이번 기술은 단 하루면 충분하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이은주 서울대병원 교수, 김태현 고려대 교수 연구진과 함께 '신속 무균 시험법(NEST, Nanoparticle-based Enrichment and rapid Sterility Test)'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실렸다.
무균 시험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세균이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하는 필수 절차다. 그러나 기존 방식은 균이 자라나는 것을 관찰해야 해 결과를 얻기까지 최소 14일이 걸렸다.
이 때문에 유효 기간이 짧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같은 최신 바이오의약품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약효가 떨어지거나,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치료제는 무균 결과가 나오기 전 환자에게 투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연구진은 우리 몸이 침입균을 구별하는 면역 반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세균에만 달라붙는 특수 펩타이드로 코팅된 자성 나노입자를 만들어, 의약품 속 극미량의 세균을 빠르게 모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모은 세균은 연구진이 새로 개발한 센서(이미징 칩)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칩은 세균이 살아 있으면서 내뿜는 미세한 신호를 빛(형광)으로 감지해, 최소 5시간에서 최대 18시간 안에 세균 존재 여부를 판별한다. 1밀리리터(ml) 속에 단 하나의 세균이 있어도 잡아낼 만큼 정밀하다.
연구진은 고가의 줄기세포 치료제와 CAR-T 세포치료제 같은 실제 환자용 샘플로 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번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치료용 시료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교수는 "그동안은 무균 검증이 끝나기 전에 치료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검사 당일에 무균을 확인한 뒤 환자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안전성이 크게 높아지고, 규제 체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의약품 검사를 넘어 패혈증 진단, 식품 안전, 화장품 검증, 감염병 초기 대응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 교수는 "NEST가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도록 임상 검증을 이어가겠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의료 규제 개선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51-025-015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