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 연구진이 VR 헤드셋에 부착해 귀 내부 압력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기압과 수압 변화에 따른 귀의 먹먹함을 구현하는 신기술 '이어프레셔 VR(EarPressure VR)'을 개발했다./GIST

국내 연구진이 귀 내부 압력을 정밀하게 제어해 가상현실(VR)에서 대기압 변화를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VR 체험에 귀가 먹먹해지는 압력 감각까지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승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AI융합학과 교수 연구진이 VR 헤드셋에 부착해 귀 내부 압력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기압과 수압 변화에 따른 귀의 먹먹함을 구현하는 신기술 '이어프레셔 VR(EarPressure VR)'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 VR에서 압력 변화를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공간 전체의 기압을 조절해야 하므로 기술적 제약이 컸다. 연구진은 임상에서 고막과 중이의 압력을 검사할 때 쓰는 팀파노메트리 기술을 응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팀파노메트리는 외이도에 공기를 주입해 고막의 움직임과 중이의 압력 상태를 측정하는 임상 검사 기술이다.

이어프레셔 VR은 귀 내부 상태를 압력 센서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내장 모터와 의료용 주사기를 통해 40h㎩(헥토파스칼) 범위의 압력 변화를 0.57초 안에 구현한다. 이는 실제로 사람이 수심을 따라 하강할 때 느끼는 속도와 유사하다.

연구진은 귀 내부 압력 변화를 사용자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력 방향과 강도를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약 14.4~23.8h㎩ 이상의 압력 차이가 주어지면 압력이 안쪽으로 작용하는지, 바깥쪽으로 작용하는지를 구분할 수 있었다. 14.6~34.9h㎩ 이상의 강도 차이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막이 압력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기존 의학적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또 수심 변화나 환경 이동 상황을 적용한 실험에서는 단순히 음향 효과만 제공한 경우보다 압력 피드백을 함께 제공한 조건에서 훨씬 높은 현실감과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기술의 효과를 체감한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로 바닷속에 있는 기분이다", "완전히 새로운 감각 경험이었다"고 표현했다.

김승준 교수는 "기존에 구현하기 어려웠던 환경 압력 변화를 귀 내부 압력 제어를 통해 직접 체험하게 한 혁신적 기술"이라며 "VR·증강현실(AR)·원격 작업·훈련 시뮬레이션 등 미래 기술 전반의 사용자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상호작용 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 학술대회 중 하나인 'ACM UIST 2025'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