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오마르 M. 야기(Omar M. Yaghi)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기타가와 스스무(Susumu Kitagawa)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호주 멜버른대 교수를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평화 구상' 1단계 합의를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과학자가 공기 중 수분을 식수로 바꾸는 기술로 노벨 화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깨끗한 물 한 방울이 귀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인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8일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화학자들이 개발한 수만 종의 금속-유기 골격체(MOF) 중 일부가 탄소 포집과 물 부족 해결 같은 인류의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인다"며 오마르 M. 야기(Omar M. Yaghi)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교수, 기타가와 스스무(Susumu Kitagawa)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호주 멜버른대 교수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결합해 미세한 구멍을 형성하는 물질로, 일종의 금속 스펀지라고 할 수 있다. 겉으로는 작은 가루 한 줌이지만, 그 내부에는 축구장의 수십 배에 달하는 표면적을 가진 공간이 있어 특정 화학물질을 선택적으로 흡착하거나 저장한다. 이 특성을 기반으로 대기에서 물을 뽑아내거나, 이산화탄소 포집, 유해 물질 제거 등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야기 교수는 극도로 안정적이고 구조를 맞춤 설계할 수 있는 MOF를 개발했다. 이어 MOF의 미세 구조를 이용해 상대습도 10% 이하의 사막에서도 대기 중 수분을 식수로 만드는 장치를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이 장치는 사막이나 재난 지역처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 대체 자원 확보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연구는 개인적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야기 교수는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으로 요르단 암만에서 태어났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는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정말 귀중했다"며 "어떤 날은 일주일에 두어 시간밖에 쓸 수 없는 물을 얻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밸브를 열어야 했다"고 말했다.

야기 교수는 노벨위원회와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 가족이 키우던 소와 방을 같이 쓰는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고 했다. 부모는 가난 탓에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해 글을 거의 읽거나 쓰지 못했다. 야기 교수는 15세 때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야기 교수는 뉴욕주립대 올버니를 나와 일리노이대 어배나-샴페인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애리조나대, 미시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거쳐 UC버클리에서 연구를 이어왔다. 지금까지 약 300편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으며, 논문 인용 횟수는 25만 회를 넘는다.

리치 라이언스(Rich Lyons) UC버클리 총장은 "야기 교수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미국 이야기이며, 또 하나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며 "그가 이뤄낸 성취는 오랜 노력과 헌신, 그리고 창의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야기 교수는 UC 버클리 교수 중 28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7일에는 영국 출신의 이 대학 존 클라크 교수가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야기 교수는 미국으로 오는 외국인 과학자의 가치를 강조하며 "지식의 확산은 종종 지역을 넘나드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된다"며 "과학은 우리가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