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시청 벽면의 알프레드 노벨./뉴스1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은 인공신경망을 개발해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춧돌을 놓은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올해는 누가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를 안게 될까. 7일 노벨물리학상 발표를 앞두고, 그 전초전이라 불리는 주요 국제 학술상 수상자와 예측기관이 발표한 후보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매년 노벨상 시즌을 앞두고 '예비 노벨상' 울프상과 '실리콘밸리 노벨상'이라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 그리고 국제 학술정보 분석기업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인용 우수 연구자 명단이 공개된다. 이들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류의 지식 확장에 기여한 과학자들을 조명하며,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가늠하게 하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실제로 세 목록에 이름을 올린 연구자들이 이후 노벨상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이스라엘 울프상은 '분수 양자 홀 효과'를 연구한 제임스 아이젠스타인(James P. Eisenstein)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자이넨드라 자인(Jainendra K. Jain)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모르데하이 헤이블룸(Mordehai Heiblum)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연구원을 물리학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분수 양자 홀 효과는 아주 얇은 전자 층이 강한 자기장 안에 놓였을 때, 전류가 마치 전자 하나가 여러 조각으로 나뉜 듯한 입자들에 의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양자 현상이다. 앞서 이 현상을 발견한 세 연구자가 199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 울프상을 받은 연구자들은 분수 양자 홀 효과에 대한 이론·실험적 이해를 한층 깊게 확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울프상 측은 "제인 교수는 입자의 거동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도입했고, 헤이블룸 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입자를 탐구했으며 아이젠스타인 교수는 양자 입자 간 상호작용을 연구했다"며 "이는 새로운 양자 기술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올해 4월 발표된 미국 브레이크스루상 기초물리학상은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협력 연구를 진행한 전 세계 물리학자 1만3508명에게 돌아갔다. 명단에는 문동호 전남대 교수와 김세용, 김현수, 김용선, 오새한슬 세종대 교수 등 약 150명의 한국인 연구자도 포함됐다.

이들은 입자물리학의 기본 입자인 '힉스 보손'의 특성을 측정하고, 강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새로운 입자 72종 이상을 발견했다. 또 물질과 반물질 비대칭성, 우주를 탄생시킨 빅뱅(Big Bang·대폭발) 직후 초기 우주 상태인 '쿼크-글루온 플라스마'의 특성을 연구해 현대 입자물리학을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입자가속기 아틀라스의 모습./CERN

클래리베이트는 올해 피인용 수가 많은 '노벨상급' 우수 연구자 22명을 발표했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신호 처리와 양자 컴퓨팅, 성간 화학을 연구한 6명의 연구자가 선정됐다. 2002년부터 피인용 횟수 상위 0.01%인 연구자들을 발표했으며,지금까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83명이 노벨 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경제학상을 받았다.

먼저 웨이블릿 이론을 발전시킨 잉그리드 도브시(Ingrid Daubechies) 미국 듀크대 교수, 스테판 말라트(Stéphane Mallat)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 이브 마이어(Yves Meyer)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ENS) 파리-사클레 명예교수가 우수 연구자로 선정됐다.

이들은 복잡한 신호나 이미지를 작은 파동 조각인 웨이블릿으로 쪼개서 분석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이 이론은 사진 압축 기술이나 소리·영상의 잡음 제거, 의료영상 데이터 해석 등에 활용되고 있다. 세 연구자는 이 이론을 발전시켜 복잡한 현상을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수학과 물리학 연구 전반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데이비드 디빈센조(David P. DiVincenzo) 독일 아헨 공과대 교수와 다니엘 로스(Daniel Loss) 스위스 바젤대 교수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전자의 스핀이라는 성질을 이용해 양자점 안에서 양자정보의 최소 단위인 '큐비트'를 구현하는 로스-디빈센조 모델을 제안했다. 스핀은 미시세계에 통하는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운동과 무관한 고유의 각운동량을 말한다. 로스-디비센조 모델은 전자 하나하나를 정보 단위로 제어할 방법을 제시해, 양자컴퓨터의 기초 이론으로 평가받는다.

성간화학 분야의 개척자인 에비네 반 디쇼에크(Ewine F. van Dishoeck) 네덜란드 라이덴대 교수도 포함됐다. 반 디쇼크 교수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성간 분자 구름을 관측, 분석해 별과 행성이 형성되는 과정을 밝혔다. 별이 태어나는 분자 구름 속에서 화학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고, 그 과정이 행성의 재료로 이어지는지 보여 우주 진화의 퍼즐을 푸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

올해 주요 학술상과 예측 명단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양자'를 주제로 한 연구 성과가 두드러진다.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으로, 현대 물리학의 핵심이자 차세대 양자컴퓨터, 양자암호, 양자센서 기술의 기반으로 꼽힌다.

2022년 노벨 물리학상도 양자 분야의 성과에 주어졌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양자 얽힘 현상을 실험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 등 양자정보기술 시대를 연 공로로, 프랑스와 미국,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세 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