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3일 서울 서초구 잠원IC 인근 경부고속도록 하행선이 정체를 빚고 있다./뉴스1

추석 연휴가 되면 도로 정체를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장시간 운전할 경우 졸음을 부르고, 이는 곧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명절 연휴 기간 졸음운전 사고 비율은 평소보다 약 두 배 높다.

여러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졸음 운전은 단순 피로가 아니라 뇌파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뇌파는 두뇌 신경세포가 활동하며 나오는 전기 신호로, 졸음·휴식 상태에서는 특정 주파수 대역이 증가하고, 각성 상태에서는 감소한다.

베타(β)·감마(γ)파는 집중·각성 상태에서 활발하지만 졸음·휴식 시 감소하고, 알파(α)·세타(θ)·델타(δ)파는 휴식·졸음 상태에서 증가한다. 졸음 운전은 특히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수면 상태에 빠지는 '미세수면(마이크로슬립)'인 경우가 많으며, 이때 뇌파 변화는 졸음·휴식 상태가 극대화된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가다 서다 반복하는 정체 상황은 뇌를 더 쉽게 권태에 빠뜨려 졸음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 공대(UTS) 연구진은 2023년 국제 학술지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s)'에 "반복적이고 변화가 적은 교통 환경에 놓인 운전자의 뇌파를 분석한 결과 세타·델타파가 유의하게 증가하고, 베타·감마파는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운전자의 각성 수준이 떨어져 졸음이 올 수 있는 상황이다.

도로 주행 중 졸음 위험은 수면 부족이 심할수록 높아진다. 앞서 2016년 프랑스 노르망디대,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공동 연구진은 실제 도로 실험에서, 수면 부족이 뇌파 변화를 초래해 운전자의 피로와 졸음을 더 빠르게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상 수면과 완전 수면 박탈 상태에서 각각 1시간 동안 단조로운 고속도로 운전을 하며 뇌파를 측정한 결과,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타·델타파가 늘고 베타파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 실제 운전 능력도 떨어져,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차선 유지 편차가 커졌다.

졸음 운전이 특히 위험한 시간대도 있다. 점심 식사 직후 혈당이 급상승하거나 오후 2~4시 생체리듬상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대는 사고 위험이 높다.

이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최근 뇌파를 활용한 졸음 운전 방지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뇌파로 졸음을 감지해 경고하는 이어폰 시제품을 만들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현대모비스(012330)가 운전자의 뇌파를 측정해 졸음 징후가 나타나면 좌석 시트에 진동을 전달해 경고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참고 자료

Behavioral Sciences(2023), DOI: https://doi.org/10.3390/bs13100788

Biological Psychology(2016), DOI: https://doi.org/10.1016/j.biopsycho.2016.09.010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486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