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현실적인 탄소중립 해법' 토론회./염현아 기자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480만톤(t)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국내 연구자들이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 상용화와 저장소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이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현실적인 탄소중립 해법' 토론회에서 "1세대 탄소 포집·활용·저장 연구부터 참여해 온 연구자로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이 사실상 실패한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이라도 실증 수준을 점검하고, 기술 확보와 산업화 방안을 정책적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장철민·황정아·이재관 의원이 주최했다.

한국은 2018년 7억3000만t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줄여 4억4000t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2021년에 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배출량은 6억9158만t으로, 2010년 이후 처음 7억t 아래로 떨어지긴 했지만 달성률은 11~12%에 불과하다.

탄소 포집·활용·저장은 발전소·공장 등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획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로,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70년 전 세계 감축량의 15%를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이 담당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정부가 2030년까지 포집·활용·저장 기술로 줄이겠다고 설정한 목표는 1120만t에 불과해, 전체 감축 필요량(2억9100만t)의 3.8%에 그친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감축 목표 조정은 불가피하더라도 탄소 포집·활용·저장 인프라만큼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영재 한국해양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동해·서해 대규모 저장 사업 추진과 2억t 규모의 추가 저장소 확보가 현실적"이라며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포집·활용·저장 기술 실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유망 구조가 있음에도 시추가 늦어 부지 확보가 지연되고 있다"며 "탐사와 시추를 통해 후보지를 선정하고 용량을 평가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석유공사도 동해가스전을 탄소 포집·활용·저장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승철 석유공사 처장은 "동해가스전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채굴이 끝난 고갈 가스전으로, 빈 공간에 연간 120만t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최적지"라며 "실증사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저장 용량은 부족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병엽 지질연 자원탐사개발연구원은 "국내 저장소는 총 12조t 규모로 추정된다"며 "문제는 저장소가 없는 게 아니라 후보지 탐사와 확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질연은 앞서 2021년 종합평가에서 동해가스전 외에도 군산분지(3~4억t), 서해 대륙붕(1~2억t)을 유망 후보지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기후변화 대응 목표 달성 시기는 조금 늦어질 수 있지만, 목표가 후퇴하진 않을 것"이라며 "저장소 확보만큼은 단계별 용량 평가와 지구물리탐사를 통해 적기에 추진해야 국제 탄소 포집·활용·저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