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송지준 생명과학과 교수, 김재성 박사과정생, 김형주 박사./KAIST

헌팅턴병은 근육 조정 능력 상실과 인지 기능 저하, 정신적 문제를 동반하는 신경계 퇴행성 질환이다. 한국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연구진이 헌팅턴병의 원인 단백질인 '헌팅틴 단백질'이 변형될 뿐 아니라, 세포 골격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

송지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원(ISTA), 프랑스 소르본대와 파리 뇌 연구원, 스위스 연방공대(EPFL) 등과 함께 헌팅틴 단백질의 역할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9월 19일 게재됐다.

지금까지 헌팅틴 단백질은 소포 운반이나 미세소관 기반의 수송에 관여하는 등 세포골격을 쓰는 역할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초저온 전자현미경과 세포생물학적 기법을 통해 헌팅틴 단백질의 역할을 연구했다.

그 결과, 헌팅틴 단백질이 세포골격 자체를 물리적으로 조직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헌팅틴 단백질의 새로운 역할을 분자 수준에서 세계 최초로 증명한 사례다.

헌팅틴 단백질은 세포골격 미세섬유에 직접 결합하고, 두 개의 헌팅틴 단백질이 짝을 이루면서 약 20㎚(나노미터, 10억분의 1m) 간격으로 세포골격을 다발 형태로 가지런히 묶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골격 다발은 신경세포 간 연결망 발달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실제로 헌팅틴 단백질이 결핍된 신경세포에서는 신경세포의 구조적 발달이 저해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송지준 교수는 "이번 성과는 헌팅턴병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세포골격 관련 질환 연구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며 "세포 분열, 이동, 기계적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생명 현상에서 헌팅틴 단백질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5), DOI: https://doi.org/10.1126/sciadv.adw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