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체세포 핵 치환(SCNT) 난자의 수정 전 모습. 밝게 보이는 부분은 세포 분열을 준비하는 방추사(세포분열 시 난자에 생기는 실 모양의 섬유단백질) 구조다./슈크라트 미탈리포브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

한국과 미국, 중국 공동 연구진이 인간 피부세포로 실제 수정이 가능한 난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난자가 생산되지 않아 체외수정(IVF)이 불가능하던 불임 환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슈크라트 미탈리포브(Shoukhrat Mitalipov)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 연구진은 "피부세포의 핵과 미리 핵이 제거된 난자를 융합한 다음 정자와 수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3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차의과대와 중국 안후이 의과대학 제1부속병원도 참여했다.

불임은 난자나 정자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거나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 전 세계 수백만명이 불임 문제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2022년 기준 불임 환자가 24만명에 달한다.

불임 부부는 체외수정을 시도한다. 시험관에서 수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시험관 아기 시술'이라고 부른다. 여성의 과배란을 유도해 난자를 미리 많이 확보하고 건강한 정자를 골라 수정시킨다. 다만 성공률은 약 32%로 높지 않다. 대부분 부부는 여러 번 시술을 반복해야 임신에 성공한다.

공동 연구진은 체외수정의 대안으로 체세포 핵치환(SCNT) 기술을 제안했다. 기증받은 난자에서 유전물질이 있는 세포핵을 제거한 뒤 불임 여성의 피부세포 핵을 넣는 방식이다. 이러면 불임 여성의 유전자를 가진 난자가 된다.

체세포 핵치환에는 난제가 있었다. 정상적인 수정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로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을 만든다. 그러나 피부세포 같은 체세포는 이미 46개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피부세포 핵을 가진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면 69개 이상의 염색체를 가진 비정상 수정란이 된다. 생쥐 연구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개발됐지만, 인간 세포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세포 핵의 염색체 수를 절반인 23개로 줄인 뒤, 핵을 제거한 기증 난자에 이식했다. 이런 방식으로 총 82개의 체세포 핵치환 난자를 만들어 각각 정자와 수정시켰다. 그 결과, 약 9%의 수정란이 수정 후 6일째 배반포(blastocyst) 단계까지 성장했다. 배반포 단계는 배아가 초기 발달을 마치고 착상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 단계에서 인체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자라는 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진다.

다만 대부분의 수정란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배아가 발달하더라도 염색체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진은 이후 배양을 중단했다.

미탈리포브 교수는 "대부분의 수정란이 수정 후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했고, 배반포에서도 염색체 이상이 발견됐다"며 "이번 연구는 체세포에서 정상 난자에 가까운 세포를 만드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성공률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체세포 핵치환으로 난자의 변이 미토콘드리아를 정상으로 바꾸는 과정./조선DB

과학계는 이번 연구가 인간 세포에서 난자를 만드는 가능성을 처음 입증하면서 향후 불임 치료 연구의 중요한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까지는 법적·윤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특히 이번 기술은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생명윤리법에 따라 체세포 핵치환으로 배아를 만들어 줄기세포를 얻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궁에 착상해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은 금지돼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강은주 차의과대 교수는 미국에서 연구를 진행해 성과를 냈지만, 한국에서는 해당 연구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앞서 2016년 미탈리포프 교수와 강 교수는 난자의 에너지 생성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에 생긴 돌연변이를 체세포 핵치환으로 해결했다. 미토콘드리아에 변이가 생기면 나중에 태어난 아기가 치명적인 병에 걸린다. 연구진은 기증받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환자의 난자 핵을 삽입해 정상 미토콘드리아가 있는 난자를 만들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원천 기술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우리 기술로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생명윤리법 때문에 연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미국이 원천 기술과 유사한 방식을 적용했지만 기술적으로 불안정한 결과가 나와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직접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3454-7

Nature(2016), DOI: https://doi.org/10.1038/nature20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