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정책방향(안)' 공청회를 열고 출연연 연구시스템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공청회는 '과학기술 5대 강국 실현을 위한 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재정구조·평가·처우개선을 포함한 중장기 혁신과제가 공유됐다.
핵심은 연구자가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 수주에 매달리는 구조를 바꾸기 위한 연구과제중심제도(PBS)의 단계적 폐지다. PBS는 출연연이 경쟁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주하도록 한 제도로, 1996년부터 시행됐다. 취지와 달리 단기 과제 위주 연구를 유도해 과제 파편화와 연구 몰입 저하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5년간 외부수탁을 전략연구사업으로 전환해 인건비를 전액 기관 출연금에서 지원하고, PBS가 폐지되는 2030년 이후에는 인건비를 과제에서 완전히 분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략연구사업은 임무 중심의 중장기·대형 연구단 형태로 운영되며, 기본연구사업은 기관의 중장기 역량 확보 중심으로 재편된다. 부처별 과제 수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범부처 협의회가 신설돼 정부 수요를 기반으로 연구 임무를 기획·배정한다. 전략연구지원센터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신설된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PBS 폐지를 통해 출연연이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 임무중심형 국가대표 연구 기관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평가체계도 단순화된다. 기관운영평가와 연구사업평가를 통합해 30쪽 이내 실적 보고서로 대체하고, 양호 등급 이상을 받으면 '매우 우수' 기준으로 1인당 평균 300만원의 성과금, 연구직 정원 1% 이내에는 최대 1억2000만원의 우수연구자 상여금을 지급한다.
초임 연구자 급여 인상과 보수직급체계 표준화도 추진된다. 그동안 출연연 임금 상승률은 연 3.2% 수준에 그치고, 연구직 1명당 지원인력이 0.5명에 불과해 인력 유출이 지속돼 왔다.
또 전산·감사·법무 등 공통행정 기능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통합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연구인프라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10년째 방치된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산학연 협력 거점으로 개발된다.
공청회에서는 연구 현장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박구곤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 부회장은 "대형과제 위주의 정책으로 기존 연구가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성을 보장할 대책이 필요하다"며 "의사결정 과정에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길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본부장은 "대형과제 집중으로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이 약화할 우려가 있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과기정통부는 온라인 설문과 현장 간담회를 통해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가칭 '과학기술분야 출연연 혁신방안안'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