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이기종 로봇 관제 플랫폼 설명을 듣고 사족보행로봇과 인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런 로봇을 비롯한 이학·공학 분야와 질병연구 등 기초 의과학 분야를 포함해 총 12개 선도연구센터를 지정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를 이끌 영향력 있는 연구집단을 육성하기 위해 12개 연구센터를 '선도연구센터'로 지정했다. 선정된 센터들은 앞으로 최대 10년간 매년 15억~5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30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선도연구센터 현판수여식 및 간담회'에서 "미래 과학기술 혁신은 활력 있는 대학 연구생태계에서 시작된다"며 "새로 출범한 선도연구센터들이 세계적 연구 허브로 성장하도록 정부가 든든한 동반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구 차관은 올해 새롭게 선정된 12개 연구센터에 지정서와 현판을 수여했다.

선도연구센터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기초연구를 이끌 연구집단을 장기간 지원하는 대표적 집단연구 프로그램이다. 1990년에 출범한 이 사업은 처음에는 순수 자연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이학분야(SRC)와 국제 수준의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는 공학분야(ERC)로 시작했다. 이후 건강·질병 연구를 다루는 기초 의과학분야(MRC), 지역 인재 양성과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지역혁신분야(RLRC),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융합분야(CRC), 전략기술에서 세계적 성과를 내기 위한 혁신분야(IRC)로 범위를 넓혀왔다.

지금까지 477개 센터에 총 3조2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 대학의 기초연구 기반과 인재 양성이 크게 강화됐다.

올해는 해양물질순환(한양대), 전기화학 분자변환(부산대), 조직감각·면역(한양대) 등 이학 분야 3곳과, 초감각 로봇 인지(국민대), AI 건설인프라(성균관대), 생체-얼음 계면제어(고려대) 등 공학 분야 3곳이 새롭게 지정됐다. 기초 의과학 분야에서는 심혈관 질환 제어(전남대·인제대), 폐섬유증 신약(충북대), 데이터 기반 질병연구(연세대) 등 4곳이 선정됐으며, 이밖에 에너지 자원재순환(조선대), 우주 서비스·제조(KAIST) 센터도 포함됐다.

이날 이어진 간담회에서 연구자들은 '알룸나이(졸업생)' 제도를 활성화해 연구 전략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김용환 SRC·ERC 회장(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은 "졸업생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연구 역량 강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혁채 차관은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투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차관은 "정부 예산을 크게 증액했지만,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투자에 동참해야 한다"며 "현재 출생률 저하와 인력 부족 문제로 장학금을 준다 해도 지원자가 부족한 상황이니, 연구소나 기업이 인력 수요 측면에서 정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도 이공계 인재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SRC·ERC·CRC 등 연구자들이 산학 협력 활성화에 적극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