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생 원인이나 진행 양상은 물론 치료법도 전혀 다르지만 겉모습은 흡사한 '쌍둥이' 뇌종양이 있다. 암세포 모양이나 조직 구조가 워낙 비슷해 오진이 잦았다. 미국 과학자들이 두 뇌종양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교모세포종과 원발성 중추신경계 림프종(PCNSL)을 카메라로 찍어 98% 정확도로 구분해내는 AI 도구 '픽쳐(PICTURE)'를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9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교모세포종은 뇌세포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하고 공격적인 종양이다. 반면 PCNSL은 면역세포에서 생기지만 종종 교모세포종으로 잘못 진단된다. 치료 전략도 정반대다. 교모세포종은 가능한 한 종양을 절제해야 하지만, PCNSL은 방사선과 항암제 치료가 우선된다. 그만큼 두 암종을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치료의 성패를 좌우한다.
연구진은 픽쳐의 강점은 수술 도중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암 진단에 이용하는 조직검사는 종양 조직을 떼어내고 액체질소로 급속 동결해 현미경으로 살펴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세포 형태가 왜곡될 수 있어 정확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약 20건 중 1건은 며칠 뒤 확정 진단에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AI로 극복했다. 연구를 이끈 유 쿤싱(Kun-Hsing Yu) 하버드 의대 교수는 "우리 모델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종양을 확실히 구분해 진단 오류를 줄이고, 환자에게 맞는 최적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AI는 실제 환자 진단에서 정확성을 입증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5개 병원에서 검증한 결과, 픽쳐는 교모세포종과 PCNSL을 98% 이상 정확도로 구분했다. 두 암종 외의 67개 중추신경계 종양도 식별했으며, 병리학자들이 최대 38%까지 오진한 사례도 모두 맞혀 의료진과 기존 AI를 뛰어넘는 성능을 보였다.
픽쳐는 생성형 AI인 챗GPT를 비롯한 기존 AI와 달리,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는다는 특징도 있다. 본 적 없는 종양을 접하면 억지로 답을 내놓지 않고, 대신 '재검토 필요' 신호를 띄워 전문가가 다시 살펴보도록 한다.
다만 AI 학습에 쓴 생체 시료가 대부분 백인 환자에서 나왔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연구진은 향후 다양한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정확성을 검증하고, 연구 범위를 다른 암종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또 유전자·분자 분석 데이터와 결합해 더 깊은 분석을 시도할 계획이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5), DOI: www.doi.org/10.1038/s41467-025-642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