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치과 치료나 정밀 기계 제작 등에 쓰이는 3D 프린팅의 약점을 극복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3D 프린팅 방식은 빠르고 정밀하지만 충격에 약해 쉽게 부서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 의료용 보형물부터 정밀 기계 부품까지 더 튼튼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미소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이 빛을 이용해 액체 상태의 소재를 굳혀 구조물을 만드는 '광경화 3D 프린팅'의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지난 7월 게재됐으며, 이달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광경화 3D 프린팅은 자외선 같은 빛을 이용해 액체 상태의 '레진'을 굳혀 정밀한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특히 디지털 광처리(DLP) 방식은 프로젝터로 빛을 한 층씩 쏘아 레진을 동시에 굳히기 때문에 제작 속도가 빠르고 정밀도가 높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강도가 부족해 충격이나 진동에 취약했다.
김미소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만들었다. 첫 번째는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면서도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동적 결합 폴리우레탄 아크릴레이트(PUA)'라는 신소재다. 이 소재는 탄성과 점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충격을 흡수하고, 진동 에너지를 빠르게 줄이는 능력이 뛰어나 진동 에너지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회색조 디지털 광처리(Grayscale DLP)' 기술이다. 이 기술은 빛의 밝기를 조절해 프린팅 과정에서 구조물 부위마다 다른 강도를 만들 수 있다. 마치 인체의 뼈와 연골이 서로 다른 강도로 조화를 이루는 원리와 같다.
여기에 머신러닝 기반 설계 기술을 더해, 구조와 하중 조건에 맞춘 최적의 강도 분포를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소재 개발과 구조 설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맞춤형 제작이 가능해졌다.
경제성도 뛰어나다. 기존에는 다양한 물성을 만들려면 고가의 '다중 재료 프린팅' 기술이 필요했지만, 이번 기술은 단일 소재와 단일 공정만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덕분에 장비나 재료 관리 비용이 줄고, 인공지능(AI) 설계를 통해 개발과 설계 시간도 단축된다.
김 교수는 "이번 기술은 소재와 설계의 자유도를 동시에 높였다"며 "맞춤형 보형물은 더 튼튼하고 편안해지고, 정밀 부품도 견고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일 소재와 공정으로 다양한 강도를 구현하면서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앞으로 바이오메디컬, 항공·우주,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Advanced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ma.202504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