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통역을 맡은 김현욱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제임스 콜린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이상엽 KAIST 특훈교수./한국생물공학회

합성생물학 분야 한미(韓美) 석학들이 인천에 모여 미래 10년을 좌우할 핵심 과제를 짚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이자 대통령 직속 국가 바이오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상엽 교수와 제임스 콜린스(James Collins)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MIT) 교수는 "합성생물학의 다음 단계는 윤리적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방대한 AI(인공지능)·데이터와 결합해 혁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아시아생물공학연합체 공동학술대회에서 만난 이상엽 교수는 콜린스 교수를 '합성생물학의 창시자'라 소개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체의 유전자를 설계하고 재구성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거나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도록 만드는 연구 분야다.

이 교수는 "2000년 콜린스 교수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계기로 합성생물학의 시대가 열렸다"며 "그전에도 생명체를 엔지니어링(설계)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그 연구가 본격적인 분기점이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합성생물학이 계속 발전하려면 윤리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콜린스 교수는 "1970년대 (유전자를 변형하는) 재조합 DNA가 등장했을 때도 윤리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그 당시의 원칙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술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갖는다"며 "특히 지금은 AI와과 공학이 결합해 새로운 차원의 가능성을 열고 있어, 현재 기술 환경에 맞는 모니터링(감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엽 교수는 세균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를 설계해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를 사멸시킬 수 있는 기술을 예로 들었다. 그는 "환자 치료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악용되면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국제적 DNA 정보 검열과 연구자 윤리 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 과학계는 위험한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탐지하고 차단하거나, 의심되는 연구 사례를 공유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 교수는 "닭과 달걀의 싸움처럼 완벽한 방패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합성생물학의 미래 10년에 대해서는 두 석학 모두 'AI와 데이터'를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콜린스 교수는 "생명체를 엔지니어링하기 어려운 이유는 모르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앞으로 더 많은 실험 데이터가 축적되고, 더 똑똑한 AI 모델과 맞물리면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합성생물학은 과학 연구를 위한 도구로서도, 기술 상용화의 측면에서도 큰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엽 교수 역시 "세포의 대사 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대사공학은 시스템 생물학과 합성생물학, AI, 가속 진화 기술까지 통합한 '시스템 대사공학'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목표를 찾고 설계하는 속도와 정확도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학문 후속 세대 양성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콜린스 교수는 "한국의 합성생물학은 뛰어난 젊은 인재 풀을 바탕으로 매우 강력하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선거 주기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과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며 "특히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구축하는 국가 전략이 합성생물학을 혁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엽 교수는 "좋은 인재가 하고 싶은 과학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며 "과학자가 존중받고, 국가 차원의 꾸준한 연구 투자와 교육 지원이 이어질 때 한국의 합성생물학 생태계도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